‘배전반’ 앞세운 구자은의 꿈 영근다…창립 20년 매출 5배 ‘LS그룹’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11.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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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충분한 역량을 쌓아왔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비전을 달성한다면 LS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 ‘LS티비’에서 밝힌 말이다.

LS그룹이 지난 11월 11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20년간 LS일렉트릭, LS전선, LS MnM 등 주력 계열사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창립 20주년 LS 실적 날개

지난해 영업이익 1조 돌파

LS그룹 모태는 LG산전, LG전선, LG-니꼬동제련 등이다. 2003년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 삼 형제가 계열 분리를 통해 ‘LG전선그룹’을 출범시켰다. 2004년 구태회 명예회장 장남 구자홍 회장이 취임했고, 2005년 3월에는 그룹명을 LS로 변경했다. ‘리딩 솔루션’의 영문 첫 글자를 땄다. 이들은 9년 주기로 오너 2세가 순차적으로 회장을 맡는 ‘사촌 경영’ 전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초대회장인 故 구자홍 회장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그룹을 이끈 후 2013년 구자열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구자열 회장은 9년 동안 회장직을 맡은 뒤 2022년 구자은 현 회장에게 넘겼다. 2031년까지 그룹을 이끌 구자은 회장은 故 구두회 명예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이다.

사촌 경영을 이어가는 20년 동안 LS그룹 각종 지표가 급성장했다. 기업 외형을 상징하는 자산은 2003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000억원으로 578% 급증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3451억원으로 49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03년 당시 348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조1988억원으로 ‘마의 1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그룹 계열사 수도 같은 기간 12개에서 59개로 급증했다.

LS는 주식 시장에서도 점차 가치를 인정받는 모습이다. 2003년 초 8000억원에 그친 LS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올 3분기 말 기준 7조6000억원으로 9배 넘게 증가했다. LS그룹 주력 사업인 전선, 전력 인프라가 ‘첨단 산업의 필수재’로 평가받으면서 계열사마다 뚜렷한 성과를 낸 덕분이다.

LS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주가 날개를 달았다. 특히 국내 기업 투자가 활발해진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뿐 아니라 일명 ‘칩스법’으로 불리는 반도체법을 발표한 뒤 미국 내 공장 전력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현지에 새로 지어지는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전력 기자재 등 설비 수주 러브콜이 이어진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전력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올 상반기 LS일렉트릭의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5.4% 증가한 2조1775억원, 영업이익은 85.4% 증가한 1876억원이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여세를 몰아 전기차 관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LS일렉트릭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올해까지 멕시코 두랑고에 연면적 3만5000㎡ 규모의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2024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류를 공급·차단하는 릴레이 부품(EV릴레이), 이를 모듈화한 배터리 분배 장치(BDU·Battery Disconnect Unit)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양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번 멕시코 공장 준공을 통해 오는 2030년 EV릴레이 900만대, BDU 2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북미 시장서 연간 약 7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미국, 유럽 정부 환경 규제로 해상풍력 수요가 커지며 해저케이블은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5월에는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와 2조원 규모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해 잭팟을 터뜨렸다. 전선 업체 수주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북해 해상풍력단지와 독일, 네덜란드 내륙을 HVDC 케이블로 잇는 사업이다. LS전선 수주 잔고는 올 6월 말 기준 3조7949억원에 달한다.

LS그룹은 여세를 몰아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LS와 엘앤에프의 합작법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이 최근 국내외 정부 당국으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아 지주사 ㈜LS의 자회사가 됐다.

LLBS는 전북 새만금산업단지 5공구(33만8000㎡) 부지에 전구체 공장을 착공하고 2026년 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속적인 증산을 통해 2029년 12만t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어 만든 화합물이다. 전구체에 리튬을 더해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구조다. 양극재는 다시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과 함께 2차전지 핵심 소재로 사용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간다.

LS가 전구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양극재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전구체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전구체 국산화가 시급해지면서 LS그룹은 서둘러 전구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배터리 소재 산업 밸류체인 구축 기대도 크다. LS그룹 비철금속 계열사인 LS MnM이 제련 과정의 부산물, 공정 스크랩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생산한 황산니켈을 LLBS에 공급하는 덕분이다. 엘앤에프는 합작사가 생산한 전구체를 공급받아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면서 황산니켈 → 전구체 → 양극재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S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황산니켈, 전구체, 배터리 재활용 등으로 얼마든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초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MOU에서 그룹의 2차전지 사업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LS 제공)
구자은의 ‘비전 2030’ 속도

2030년 자산 50조원 목표

지난해 취임한 구자은 회장은 ‘비전 2030’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탄소 배출 없는 전력(CFE·Carbon Free Electricity)’과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LS그룹 자산도 2030년 50조원까지 키운다는 야심 찬 목표를 앞세웠다. 특히 구 회장은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한다. 전력 인프라, 전선 등 기존 사업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 사업을 동시에 키운다는 전략이다.

물론 LS그룹 입장에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 힘쓰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경쟁사 대비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점도 변수다.

“LS그룹이 전력 인프라, 전선 사업을 필두로 20년간 급성장해왔는데 신사업으로 앞세운 배터리, 전기차 사업 경쟁이 워낙 치열해 실적 효자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배전반’ 중 아직까지 반도체 사업에서 가시화된 성과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구자은 회장은 고유가, 고물가, 무역 갈등에 따라 경영 환경이 엄중하다는 점을 고려해 별도의 창립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다. “스무 살 청년이 된 LS는 가장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나이다. 두려움 없는 스무 살의 기세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비전 달성을 위해 나아가자”고 당부한 구 회장이 20년 후에도 그동안의 20년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관심이 모아진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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