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반 토막’ 한화솔루션 어쩌다…태양광 부진에 3분기 ‘어닝 쇼크’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한화솔루션 분위기가 심상찮다.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주가가 급락해 증권가들이 목표주가를 속속 낮추는 중이다.
올 초 6만원에서 3만원대로 하락
한화솔루션 주가는 지난 11월 16일 종가 기준 3만3000원이다. 올 초(1월 12일) 주가가 6만1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 돼 반 토막 났다.
한화솔루션 주가가 추락하는 것은 주력 사업인 태양광 업황이 악화되면서 실적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한화솔루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983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같은 기간 10% 줄어든 2조9258억원으로 매출, 영업이익 모두 악화됐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3.4%에 그쳐 전년 동기(10.4%)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태양광 사업을 맡은 신재생에너지 부문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이익이 1년 새 82.4% 하락한 347억원에 그쳤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모듈 판가가 하락하면서 이윤이 축소된 영향이 크다. 보통 웨이퍼 등 원재료를 3~4개월 전에 구입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데 3분기에는 원재료값 하락폭보다 판매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가정용 태양광 모듈 판매 가격 하락폭이 컸다는 것이 한화솔루션 측 설명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도 56.3% 감소한 559억원에 그쳤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평균에도 한참 못 미쳤다.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모듈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모든 밸류체인에서 가격이 하락 중이라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DS투자증권은 내년 한화솔루션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1조1695억원)에 한참 못 미친 7697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솔루션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추는 모습이다. DS투자증권은 최근 한화솔루션 목표주가를 6만5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한화솔루션 목표주가 하향 랠리에 동참했다. KB증권은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낮췄고, 유진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4만7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솔루션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회사다.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한 이후 2015년 한화솔라원과 큐셀과의 합병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주력해왔다. 2020년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한화솔루션이 공식 출범하면서 태양광, 화학 사업을 아우르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로 우뚝 섰다. 한화솔루션은 올 1분기 미국 주택·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35%, 35.3%를 차지해 글로벌 대표 태양광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솔루션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사상 최대 매출(13조6539억원), 영업이익(966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잔치를 벌였다. 올 들어서도 장밋빛 전망 아래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를 1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은 역부족이라는 우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무건전성도 불안한 모습이다. 한화솔루션 3분기 순차입금은 9조8346억원으로 2021년(5조8748억원)보다 4조원가량 늘었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금액을 말한다. 그만큼 현금 곳간이 비어 있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 측은 머지않아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윤안식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지역에서 수요 강세를 웃도는 공급으로 태양광 제품 가격이 하락했지만,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4분기에는 태양광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고가 원재료 투입에 따른 영향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한화솔루션 태양전지 모듈 부문은 2012년, 2018년, 2021년에 적자전환한 경험이 있는 만큼 향후 흐름도 불안하다”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한화그룹이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방위 산업 재편에 나서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 힘을 실어주는 사이 한화솔루션은 소외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난 1043억원에 달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를 한참 웃돌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주가도 1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날개를 달았다(11월 15일 종가 12만8500원).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리던 한화오션 역시 3분기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해 12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이 우주, 방위 산업에 주력하다 보니 기존 핵심 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 한화솔루션 실적 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듯싶다”고 귀띔했다.
미국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 구축
그나마 한화솔루션은 미국 솔라허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솔라허브는 한화솔루션이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셀 생산량 중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1.7GW 규모였던 미국 현지 모듈 생산능력을 내년 상반기 8.4GW로 확대하기로 했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미국 기준으로 13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전력량이다.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 중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생산단지’로 구축된다. 모듈을 시작으로 잉곳, 웨이퍼, 셀 공장이 차례대로 가동되면 한화큐셀은 내년 말 북미 최초로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을 현지에 두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 구축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미국 IRA 법안이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투자세액공제(ITC)를 통해 미국 내 태양광 제품 생산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IRA가 발효되면서 한화솔루션은 현재 생산량에 따라 와트(W)당 모듈 7센트, 셀 4센트, 잉곳·웨이퍼 4.69센트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카터스빌 공장이 완공된 이후 세금 감면 혜택을 모두 합하면 한화의 연간 최대 세금 감면액은 최대 8억7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스레 한화솔루션 실적이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자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에 미국 태양광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탄 것도 호재다.
“수요가 견조하고 가격 프리미엄이 있는 미국 내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 기대가 크다.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로서 한화솔루션 경쟁력이 높아져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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