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이 5번 영장 반려…'판도라의 상자'된 탁씨 통화녹음
‘사건 브로커’ 성모(62)씨의 수사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가 성씨에게 사건무마를 청탁한 코인 사기 피의자 탁모(44)씨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수사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파일 속에는 성씨의 브로커 활동을 입증할 정황 증거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28억 아티코인 사기 경찰 수사, 검찰이 5번 영장 반려
검찰도 지난 8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한 브로커 성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교차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탁씨의 녹음파일이 향후 검찰에게도 ‘판도라의 상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티코인 사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탁씨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주체가 검찰이라서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탁씨 구속영장을 5번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 전직 검찰 관계자는 “당시는 이미 탁씨가 전국 단위의 코인 사기 사건을 여러 번 저질러 수사·재판을 받는 중었다. 구속이 당연한 상황인데, 검찰이 영장을 반려한 건 의아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6번째 시도만인 지난달 10일에야 탁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16일 탁씨를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이어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문혁)는 지난 1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탁씨를 재판에 넘겼다. 탁씨가 사건 브로커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표면화한 이후에야 구속된 셈이다.
검·경의 연쇄 불구속 수사 도중에 벌어진 추가 사기범죄
탁씨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2019년 10월부터 시작된 만큼, 불구속 상태로 진행된 이전 사건을 들여다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경의 반복된 불구속 수사가 탁씨에게는 또 다른 사기 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연쇄적인 기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탁씨는 아모코인 사기로 서울중앙지검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던 2019년 10월~2020년 1월 서울과 광주에서 “AI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코인 시세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해 약 4억1700만원을 편취했다. 이 사건은 광주광산경찰서와 광주지검이 2021년 5월까지 역시 불구속 수사했는데, 그 사이인 2020년 6월~2021년 5월 탁씨는 대전지역으로 넘어가 FTB코인 사기를 저질렀다. FTB코인 사기 수사를 진행한 서울강남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역시 2021년 7월~2022년 12월 탁씨를 불구속 수사했다. 탁씨는 이 기간중에 다시 광주로 넘어가 아티코인 사기를 저질렀다.
FTB코인 사기 수사와 관련해선 검찰이 이미 사건 무마 청탁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10일 서울경찰청 금수대 A경감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9일엔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낸 B변호사를 구속했다.
사건 브로커 의혹에 검·경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은 내부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찰 수사관 2명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19일 이중 한명인 심모 수사관을 구속했다. 검찰은 광주지검 내 또다른 수사관 C씨도 입건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상태다. 검찰은 이 외에도 사건 브로커 의혹에 연루된 검찰 수사관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발본색원하라”는 내부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이 나오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이찬규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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