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산 삭제로 비판 당한 野, 대학생 연수는 눈치보며 원안 처리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 곳곳에서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21일엔 순직 군·경 자녀 지원 등 국가보훈 예산을 두고도 충돌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1일 페이스북에 “히어로즈 패밀리 사업 예산이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전액 삭감됐다”며 “순직 군인·경찰·소방관의 어린 자녀들을 돕는 일이 야당에게는 눈엣가시인가”라고 썼다. 박 장관은 “야당의 칼질이 걱정돼 줄이고 줄여서 올린 최소한의 예산인데, 그것마저 전액 삭감한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따져물었다.
박 장관이 언급한 히어로즈 패밀리 사업은 순직 군인·경찰·소방관의 자녀들에 맞춤 제복을 지급하거나 현장탐방 기회를 주고, 순직자 가정에 직종별 교류 기회와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가 20일 회의를 열어 해당 예산 6억1700만원을 민주당 단독으로 전액 삭감하면서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이날 민주당은 보훈문화컨텐츠 제작지원사업 예산 114억 원 중 81억원, 보훈문화조성 사업은 135억 원 중 11억원 등 보훈부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비판이 일자 민주당도 성명서를 내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정무위 예결소위원들은 21일 “해당 사업은 순직군경 자녀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사업이 아니다”라며 “현 정부의 긴축 기조 속에 불요불급한 홍보성 예산과 법적 근거가 미흡한 예산은 삭감하되 각종 수당 예산은 크게 증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그동안 소위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된 심사 결과를 무시한 채, 고의로 국회 정무위원회 예결소위 일정을 지연시키고 의결을 거부해왔다”고 주장했다.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의 칼질은 이번 예산안 심사 정국 곳곳에서 목격됐다. 지난 16일 환노위 전체회의서 이른바 ‘윤석열 표 예산’으로 분류되는 청년 일 경험 지원 예산(1663억원)과 청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취업 지원 예산(706억원)을 민주당이 전액 삭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년 일 경험 지원’은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 진입하기 전 직무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고안된 사업이다. 청년 니트족 취업 예산은 일하지 않으면서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고용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 13일 교육위 예결소위에서도 한미 대학생 연수 사업 예산 63억원 중 18억5000만원, 한일 대학생 연수 사업 예산 5억8600만원 전액에 대해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이런 사업들이 툭툭 던져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도종환 의원)는 등 이유로 감액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민주당이 청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1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선 해당 사업 예산이 모두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양보 없는 대치로 인해 정식 회의가 무력화되면서 여야가 장외 여론전에 집중하는 양상도 펼쳐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R&D 예산안’을 직접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폈다. 정식 절차대로라면 과방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예결위로 전달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과방위 예결소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R&D 예산안 가운데 글로벌 선도 연구센터 지원·글로벌 R&D 등 약 1조1500억원을 삭감하고 학생연구원 등 인건비 등 2조원 가량을 일방적으로 증액하자 여당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의원이 과방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하면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려던 예산 낭비 문제사업들을 과감하게 덜어냈다. 대신 우리 과학기술계와 미래 청년 세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예결위를 바로 찾아가는 함의가 뭐냐”고 묻자 “소위에서 논의한 내용이 전체회의 문턱에 걸렸다고 해서 논의 내용을 사장 시킨다는 건 소위 논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퍼포먼스는)법적 효력보다 절차와 정치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렇게 여당의 협의나 정부의 동의도 없이 쌓아 올린 ‘묻지마 예산’이 이미 수조 원을 넘었다”며 “이쯤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민주당표 예산안’을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시도”(장동혁 원내대변인·21일 논평)라고 비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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