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의 비극 스릴러 '비밀', 소리없이 강하다 [D:현장]
인물의 서사와 속도감을 아우른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스릴러가 탄생했다. 김정현 주연의 영화 '비밀'이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는 임경호 소준범 감독, 배우 김정현, 박성현, 다원, 최찬호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비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비밀'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임경호, 소준범 감독이 공동 연출했으며 장편 데뷔작이다.
임경호 감독은 "'비밀' 기획 출발은 제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우연한 기회에 후배와 이야기하다 자신이 한 번 써보고 싶다고 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그 시나리오를 들고 같이 사무실을 쓰고 있던 제작자인 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잠시 접어뒀다가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또 함께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 같아 공동 감독을 하기로 했다"라고 공동 연출한 계기를 밝혔다.
소준범 감독은 "배우들이 놀랍게도 시나리오를 의도한 대로 해석해 왔다. 특별하게 주문을 하진 않았지만 제한은 많이 뒀다. 배우들이 상황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주안점을 뒀다. 자연스러움이 묻어 나올 수 있는 걸 가장 중요시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현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치는 동근 역을 맡았다. 김정현은 "영화 초반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이 나온다. 당시 저에게 그 말이 위로가 됐다. 또 동근이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화와, 속죄의 모습에 대해 가장 끌림을 느꼈다. 연기해 보고 싶었다"라고 '비밀'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김정현은 동근 캐릭터 접근 방식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기본적으로 대본을 열심히 읽었다. 생각했던 것과 현장이 다르게 흘러가거나 장소이 질감이 다를 때가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완성하는 편인데 함께 배우 선배님들, 동료분들이 잘 맞춰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자살한 인물 영훈의 엄마 신해연을 연기하며 김정현과 호흡을 맞췄다. 길혜연은 "이 작품에 영훈의 엄마가 아닌, 이 세상 모든 영훈의 엄마를 대변하는 심정이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한 명 한 명의 잘못들이 보태져, 어디까지 사람을 내몰 수 있는지 생각해 봤다"라며 "영훈이만 보면 계속 눈물이 났고 연기하면서 많이 슬펐다"라고 '비밀'을 연기하며 느낀 점을 밝혔다.
특히 마지막 신의 두 사람이 감정을 토해내는 신은 '비밀'의 관전 포인트다. 길혜연은 "김정현은 통찰력을 가진 배우다"라고 칭찬했다. 길혜연은 "연기를 어떻게 할 지 이야기하기보다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보니 감정 가는 대로 주거니 받거니가 됐다. 이 장면은 오히려 쉽게 찍었다. 소중한 작업이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정현은 "오열하는 신이라 오래 찍을 수 없었다. 저는 선배님이 부드럽게 수용해 주시고 함께 대화해 주셔서 감사했다. 저에게 많이 맞춰주셨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찍었는데 오랜 시간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훈에게 악행을 저지른 김성현 역을 연기한 박성현은 "대본이 처음부터 잘 읽혔다. 역할이 제 이름과 똑같아 놀랐다"라며 "성현이라는 인물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악역이 매력 있고 강렬하게 느껴지지만, '비밀'의 성현은 괜찮아 보이거나 멋져 보이지 않아으면 했다. 겁이 많은 사람이 허세를 부릴 때 나오는 안 좋은 기운을 표현해 보려 했다"라고 연기하면서 신경 쓴 점들을 말했다.
이어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하며 "밧줄에 매달려 있을 땐 정말 무서웠다. 그땐 정말 연기를 안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겁을 내 창피하기도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SF9 다원은 어린 시절 동근을 연기하며 '비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다원은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두 가지 일을 원래 하시던 분들과 해야 하기도 하고, 폐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장점은 너무나도 다른 재질의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회가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으려 한다. 좋은 경험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라고 스크린 데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평소 제가 장난기가 많다. 10대와 정의 경계를 동근에게 녹이고 싶었다. 10대의 정의감을 발현시킬 수 있는 메타포가 뭔지 고민했다. 또 이 영화를 찍을 때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 순수하게 접근했다. 어린 동근이는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생각을 하고 말을 할지 등도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현 선배님의 아역을 연기해야 해서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선배님이 연기하는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결과물을 봤을 땐 한참 부족해 보인다. 이번 경험이 귀감이 돼 앞으로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라고 향후에도 연기 활동을 기대케 했다.
영화에서는 학교, 군대 내부의 폭력과 부조리가 현실감 넘치게 연출되기도 했다. 임경호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학폭과, 군대 내 폭력이 직접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드러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현은 '비밀'의 메시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속죄라는 키워드가 닿았으면 한다. '비밀'은 내 삶에서 본인 스스로 있었던 과거의 일들이 현재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근이 역시, 일반적인 사람과 비슷하다. 과거에 있던 일들이 파헤쳐 지면서 사람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변화에 따라 삶을 어떻게 절실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 관객들이 스스로 자문자답할 수 있다면, 메시지가 충분히 닿은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12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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