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잘리자마자 낚아챘다…혼돈의 오픈AI, 승자는 MS 나델라

전수진 2023. 11.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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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지난 5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중에 촬영된 사진이다. 신화=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업계를 뒤흔든 샘 올트먼 사태의 승자는 따로 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다. 나델라 CEO는 올트먼 사태에서 기민한 리더십을 발휘해 전화위복을 만들어냈다. 올트먼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17일(현지시간) MS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p 하락으로 마감했으나, 주말 사이 나델라 CEO가 판을 뒤집은 덕에 월요일이었던 20일(현지시간) 개장 전엔 2%p 가까이 상승했다. 주당 377.44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사티야가 이겼다"는 의미의 글을 엑스(옛 트위터)에 올렸고, 뉴욕타임스(NYT)도 "나델라만큼 극적 반전 드라마를 쓴 인물은 이번 사태에서 없다"고 20일 전했다.

올트먼은 대화 생성형 AI인 챗GPT의 아버지로 통하는,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 괴짜 CEO다. 그런 그가 자신이 창업한 오픈AI의 이사회에 의해 기습 해임을 당한 게 지난 17일이다. 이는 오픈AI 투자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뉴스였는데, 그 중 가장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이 MS다. 누적 투자 금액이 130억달러, 약 16조 8000억원에 달한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이런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나델라 CEO에게 오픈AI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손잡기 전까지, MS 나델라 CEO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AI였다. 구글과 같은 경쟁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 AI분야에서 뒤처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픈AI의 올트먼이 등장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나델라 CEO는 수년 간 올트먼에 대해 "범상하다" "천재적"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파트너십을 다져왔다. MS의 AI 미래를 위해선 올트먼이라는 칼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픈AI 내부에서 싹트고 있었으니, 올트먼이라는 논쟁적 혁신가와 이사회와의 갈등이다.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에 대해 불통 리더십을 이유로 사임을 통보했다. 올트먼 계파도 맞불을 놨다. 공동창업자부터 수석연구원 등 핵심인재들이 줄줄이 항의 표시로 사표를 던지면서다. 여기에서 빛난 게 나델라 CEO의 순발력이다. 그는 올트먼과 그의 계파, 그리고 오픈AI 이사회가 드잡이를 벌이는 상황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낸다. 실업자 신세가 된 올트먼을 MS로 영입하겠다는 결정이다. MS의 약점을 다른 기업과 손잡아 보완하는 형태에서, 아예 MS로 흡수하는 전화위복의 묘수다.

지난 6일 AI 관련 컨퍼런스에 함께 등장한 샘 올트먼(왼쪽)과 사티야 나델라 MS CEO. AP=연합뉴스


나델라 CEO는 엑스에 "올트먼과 그의 팀원들은 MS에 합류해서 새로 만든 어드밴스드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썼다. 아예 MS에 올트먼을 위한 둥지를 틀어준 셈이다. 올트먼 역시 "임무는 계속된다"며 화답했다. 나델라의 이런 판단은 올트먼과 그의 팀이 현재 MS가 필요로 하는 AI 기술 개발 및 혁신에 필요불가결한 존재라는 데서 비롯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나델라 CEO가 이후 오픈AI 이사회에 대해 취한 입장이다. 나델라 CEO는 오픈AI 이사회의 올트먼 해임 결정을 언론 보도 1분 전에야 통보 받았다고 한다. 분노 유발 상황이지만, 나델라 CEO는 차분했다. 나델라와 MS는 "우리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에 계속 충실할(committed) 것이며, 우리가 만든 로드맵에 자신감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오픈AI의 새로운 리더십 팀과 서로 알아가면서 함께 일할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입장을 냈다. 오픈AI 역시 아우르는 데서 나델라 리더십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나델라는 20일 CNBC와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거버넌스(governance, 관리방식)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사회가 운영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버넌스'라는 단어로 에둘러 겨냥한 것이다.

오픈AI는 대화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로 일약 떠오른 테크 기업이다. AP=연합뉴스


나델라 CEO가 MS의 CEO로 지목된 건 2014년.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직접 인선한 인물이다. 1992년부터 'MS 맨'으로 일해왔지만, CEO로서의 나델라의 존재감은 당시만 해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게이츠는 2017년 CNBC에 출연해 "사티야는 내가 몇 년 동안을 노력해서 겨우 얻은 기술을 자연스럽게 타고났다"며 "그건 바로 공감을 통한 피드백"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올트만과 오픈AI 양측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는 공감의 리더십이 빛난 셈이다.

그렇다고 나델라 CEO가 처음부터 공감력이 탁월했던 건 아니다. 그는 MS 입사 당시 면접시험에서 "아이가 울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911(한국의 119)에 전화하겠다"고 답해 "공감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이 뇌성마비, 딸은 학습 장애를 겪으면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세를 자연스레 습득했다고 그 자신이 수차례 미국 경제 매체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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