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급 대학 생기는 수준"…의대 증원 수요조사에 교육계 들썩
전국의 의대가 2025년 정원을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늘리고 싶어한다는 실태 조사 결과에 교육계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의대 증원을 확정한 수치가 아닌 ‘요구 사항’을 취합한 발표일뿐이지만,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3058명)이 두 배 가까이로 크게 늘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대학 입시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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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 입시부터 영향…소신 지원 늘듯”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000명 이상을 증원하면 SKY 급의 최상위권 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라며 “최근 의대 정시 경쟁률이 6~7대1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대 지망생은 증원 규모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학년도 기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인문계열 정원은 1100명~1900명, 자연계열 정원은 1700~2100명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정부 방침대로라면 지역 소규모 의대인 가천대나 울산대, 실습 여건이 충분한 성균관대 등의 확대 규모가 클 수 있다”며 “이들 대학은 수험생에게도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월 3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에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 재도전을 전제로 소신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연철 진학사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생이 늘어나는 내년에는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올해는 정말 가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내려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상위권 이공계열에서 갑자기 미달이 나거나 입학 컷이 확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곤 소장은 “벌써 재수생 확대가 감지된다. 올해 수능 이후 기숙학원을 통해 재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는 재수생의 비율이 특히 높다. 최근 4년간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N수생(재수 이상)’ 비율은 77.5%였다.
이공계열→메디컬로, 지방→수도권 의대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수시·정시모집 최초 합격자 중 1018명(10.3%)이 등록을 포기했는데, 이 중 치의학과(치의학대학원)가 34.2%로 가장 높은 이탈률을 보였고 뒤이어 간호대(26.8%), 약학대(20.2%), 수의과대(18.9%) 순이었다. 서 의원은 “서울대 치대, 약대 등에 합격한 최상위권 학생들마저 다른 대학 의대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형 설계에 따라 의대 쏠림 현상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윤곤 소장은 “지방 의대에 증원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지역인재전형으로 출신 중·고교를 제한하거나 의무 복무 기간 등을 두면 수도권 수험생에겐 이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중 서울, 경기 정원은 946명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남 소장은 “지금 신청 규모대로 증원이 된다면 5년 내로 의사가 너무 많아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이공계열 학생들의 자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다니다 중도 이탈한 학생은 2131명으로 전년 대비 160명 늘어났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대부분 의대나 약대 등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는 “수시모집에서도 100%가 다 빠져나간다. 대부분 휴학하고 의대에 가려고 반수를 한다더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기계, 항공 쪽보다는 의예과에서 공부하는 과목과 상당수가 겹치는 화학공학 쪽의 이탈이 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포항공대)의 한 관계자는 “‘공대도 올 만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교원, 학생 지원을 위한 투자와 이를 위한 공대의 재정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하지만 올해 R&D 예산 감소, 의대 쏠림 등으로 이공계 대학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학내 이공계열 인력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세제 혜택, 공공기관의 특별채용 제도 신설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대 총장, “의대 때문에 또 격차 생겨”
의대 증원을 신청한 지역의 한 국립대 총장은 “우리는 과거에 지금 정원의 두 배가 넘는 정원을 수용한 역사가 있다. 여력이 있으면 당연히 지역 의대에 정원을 더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근 의대 신설을 지자체와 논의한 충청권의 한 사립대 총장은 “이번에 증원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신설 여력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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