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바둑' 박정환, 中 롄샤오 꺾고 삼성화재배 4강 선착

손민호 2023. 11. 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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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삼성화재배 8강전 첫날 결과


박정환 9단이 21일 열린 2023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중국 롄샤오 9단을 꺾고 4강에 선착했다. 사진 한국기원
한국 2위 박정환 9단이 2023 삼성화재배 4강에 선착했다.

21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 첫날 경기에서 박정환은 중국 롄샤오 9단을 107수 만에 흑 시간승하고 4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린 롄샤오가 착수를 고민하다 간발의 차이로 시계를 늦게 누르는 바람에 허무하게 승부가 나고 말았지만, 이미 박정환이 크게 앞선 상황이었다. 롄샤오의 시간패가 확정되는 순간,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도 ‘박정환 80% 유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박정환은 기존 기풍과 다른 바둑을 선보이고 있다. 포석부터 끝내기까지 유연하게 판을 짜는 바둑으로 유명했던 박정환이 올해 삼성화재배에서는 누구보다도 독한 바둑을 두고 있다. 20일 열린 16강전에서 동갑내기 중국 기사 탄샤오 9단을 상대로 잇달아 강수를 휘둘러 항복을 받아내더니, 21일 8강전에서도 롄샤오를 초반부터 사납게 몰아붙였다. 8강전의 시간승은 어쩌면 ‘닥치고 공격’을 선언한 전략의 승리였을 수도 있다.

박정환의 흑이 우세한 중반전. 이대로 국면을 정리했어도 승리가 유력했으나 박정환은 하변 백 대마를 잡으러 나섰다. 박정환의 집요한 공격에 허덕이던 롄샤오는 물 쓰듯이 시간을 썼고, 어느새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써 버리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롄샤오가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박정환에겐 30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중국 롄샤오 9단. 21일 열린 박정환 9단과의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시간패당하고 탈락했다. 사진 한국기원

모두 5회가 주어지는 1분 초읽기 중 초읽기 4회를 금세 다 소진한 롄샤오는 마지막 1분 초읽기 상황에서 위태로이 착수를 이어가다 끝내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108번째 수를 착수하고 다급하게 시계를 눌렀지만, 바둑TV 중계 화면에서도 롄샤오가 마지막 60초가 지난 뒤 시계를 누르는 장면이 정확히 포착됐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있던 롄샤오는 끝내 패배를 인정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정환으로서는 뜻깊은 승리였다. 상대 전적 3승5패로 밀렸던 난적 롄샤오를 물리치고 제일 먼저 4강에 진출했다. 2021 삼성화재배 챔피언인 박정환은 지난 대회에선 8강에서 당대 최강 신진서 9단에 패해 탈락했었다. 이날 열린 또 하나의 8강전에선 중국 11위 쉬자양 9단이 1위 구쯔하오 9단과의 형제 대결에서 299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21일 열린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롄샤오 9단을 물리친 박정환 9단. 박정환 9단은 2021 삼성화재배 챔피언이다. 사진 한국기원

22일은 8강전 나머지 2경기가 진행된다. 당대 최강 신진서는 중국 14위 셰얼하오 9단과 맞붙고, 한국 5위 김명훈 9단은 중국 4위 딩하오 9단을 만난다. 신진서는 셰얼하오와 상대 전적 7승1패로 크게 앞서 있어 무난한 승리가 기대되지만, 김명훈과 딩하오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흑 6집반 공제.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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