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3등이라고?” 펄쩍 뛴 KT…연말 인사 태풍 빌미 되나
최근 통신업계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가입자 수에서 KT를 제친 것을 두고 두 회사 간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 선전은 사물인터넷(IoT) 원격 관제 사업에서 신규 회선을 대거 늘린 덕분이다. 일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KT는 “저가 입찰 때문”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인다. 다만, 통신업계에서는 KT가 카인포테인먼트 등 사물지능통신 부문 영업력이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팽배하다. KT 안팎에서는 LG 출신 김영섭 대표이사가 ‘3위 위기론’에 군불을 때 연말 ‘구현모 카르텔’로 분류되는 보직 임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쇄신 인사에 나설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 2위 마케팅 근거는
원격 관제 회선 급증 덕
LG유플러스가 공세를 펴는 ‘2위 마케팅’의 근거가 된 통계는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 현황’ 자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9월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은 SK텔레콤 3116만8214개, LG유플러스 1801만6932개, KT 1713만3388개로 각각 집계됐다.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가입자 수에서 KT를 제쳤다는 사실은 최근 두 회사 3분기 실적 공시에서도 알려졌지만 정부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다. LG유플러스가 KT 가입자 수를 추월한 것은 1996년 LG텔레콤을 설립하고 무선통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표면적 통계상 LG유플러스를 2위로 이끈 것은 사물지능통신 사업이다. 과기부가 집계하는 이동통신 가입자에는 휴대폰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태블릿PC의 통신용 회선, 시설 감시·검침용 원격 관제, 차량 관제 등에 쓰이는 IoT 회선이 모두 포함된다. 전체 IoT 회선 수는 SK텔레콤 650만3796개, LG유플러스 599만9223개, KT 217만5251개 순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 측은 “한국전력에서 수주한 검침기용 원격 관제 회선 물량이 통계에 반영되면서 9월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월 대비 134만명 급증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개인이 이용하는 휴대전화와 또 다른 IT 디바이스 회선 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이어지는 순위 그대로다. 태블릿PC와 웨어러블 등 개인이 이용하는 다른 디바이스용 회선 수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으로 집계됐다.
‘통신 맏형’ KT는 발끈했다. LG유플러스 측이 규모를 늘린 원격 관제 회선 사업이 단기 수익과 성장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효일 KT 고객경험혁신본부장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경쟁사 회선 증가는 IoT 중 원격 관제에서만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KT는) 저가 입찰 외에 수익성은 물론 사업 확장성이나 기술 혁신, 산업 생태계 창출 가능성 등과 무관한 사업을 IoT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T 측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통신업계는 바라본다. 휴대폰 회선은 월매출이 평균 3만원가량이다. 검침용 원격 관제 회선의 월매출은 700원 수준에 불과하다. KT의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은 올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3만3838원을 기록한 반면, 이 기간 LG유플러스는 1년 전보다 6.4% 떨어진 2만7300원이다. LG유플러스의 ARPU는 아홉 분기 연속 감소세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동통신 가입 회선’이라는 단일 항목 아래 통계로 묶이는 관행을 지적한다. 휴대폰과 IoT의 단말 특성이 다르지만 과거에는 사물지능통신 시장 규모가 작아 따로 집계해 발표하지 않았다. 현재는 관련 시장 규모가 훌쩍 커졌지만 정부는 단일 항목으로 합산해 발표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통신업계 지적이 잇따르자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 회선과 IoT용 회선을 구분한 통계와 전체 이동통신 통계를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위 추락론’에 KT ‘당혹’
그러나 LG유플러스의 2위 마케팅을 마냥 평가절하하기 힘든 측면도 존재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기존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에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물지능통신은 앞으로 카인포테인먼트, 스마트팩토리,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KT가 ‘3위 추락론’에 펄쩍 뛰는 것에는 ‘Iot 열세’ 시각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일정 부분 깔려 있다는 게 통신업계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는 현대차그룹과 2년간 모든 신차의 텔레매틱스 회선(제네시스 포함)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통신 3사를 상대로 입찰을 진행해 2023년과 2024년까지 현대차와 기아가 출시하는 모든 신차의 텔레매틱스 회선(제네시스 포함)을 LG유플러스로부터 독점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현대차 통신 파트너였던 KT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김영걸 KT 커스터머부문 상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가 (KT를 제치고) 현대자동차와 카인포테인먼트 계약을 체결한 것은 뼈아픈 사실”이라며 “이를 복기하면서 사물지능통신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현대차는 지분 약 4.7%를 보유한 KT 주요 주주다.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으로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대차가 KT를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은 대목을 통신업계는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분 맞교환 직후 구 전 대표 연임을 위한 ‘우호 지분’이라는 일방적 프레임이 통신업계에서 확산하고 KT를 겨냥한 검찰 수사로 현대차그룹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최근 상황을 현대차 수뇌부에서 탐탁지 않아 한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구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를 발판 삼아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뒤 현대차그룹이 그의 우군으로 분류된다는 취지의 언급이 잦아졌을 때도 현대차 경영진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 3월 현대차는 구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던 윤경림 사장의 CEO 선임에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 불똥이 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읽힌다. 현대차는 구 전 대표 형이 설립한 기업 ‘에어플러그’가 경영난에 빠지자, 이 회사 지분을 2019년 9월과 2021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검찰은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최근 압수수색했는데, KT클라우드가 지난해 9월 이 회사를 공정 가치보다 비싸게 매입한 게 현대차그룹의 에이플러그 지분 매입에 대한 보은 거래일 가능성을 의심한다.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 박 모 씨가 설립한 회사다.
결국 사업적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지분 투자가 구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한 특정 이익집단에 오용될 조짐을 보여 현대차그룹과 KT 간 불편한 기류가 조성됐다는 게 통신업계와 재계 판단이다.
사정이 이렇자 연말 인사를 앞둔 KT 안팎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주요 주주이자 신사업에서 전략적 협업을 위한 핵심 파트너인 현대차그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구 전 대표 카르텔’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대거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52개 계열사 중 KT스카이라이프, KT알파, 지니뮤직 등 9개 상장사들의 대표 임기도 내년 3월까지로 교체 가능성이 높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등 KT 주요 금융사 대표 임기 역시 올해 연말까지로,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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