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나눠준 젤리 먹고 구토…日 '대마젤리' 성분 사용금지
일본에서 대마와 유사한 성분이 포함된 젤리를 먹고 환각 등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이 해당 성분을 규제 약물에 추가하기로 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다케미 게이조(武見敬三) 후생노동상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빠르면 이번 주 내에 'HHCH'(헥사히드로칸나비헥솔) 성분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 약물로 지정되면 10일 이내 약물의 소지 및 사용, 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HHCH는 대마에 포함된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과 유사한 구조의 합성화합물이다. THC는 환각이나 구토 등을 일으켜 일본 내에서 제조와 유통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0월부터 HHCH가 포함된 속칭 '대마 젤리'를 먹고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도쿄(東京)에서 20대 남녀 2명이 "젤리를 먹고 나서 손발이 저리고 속이 메스꺼웠다"며 신고한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의 한 상점에서 젤리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4일에는 도쿄의 한 축제에서 한 남성이 무료로 나눠준 젤리를 먹은 6명이 구토 증세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조사 결과 이들이 먹은 젤리 봉투에는 오사카(大阪)의 한 제조업체명과 HHCH라는 성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상품은 일본 내 일부 상점과 인터넷 오픈 마켓 등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오사카의 20대 남성 4명이 젤리를 먹고 구토하거나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이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센다이(仙台)와 삿포로(札幌), 오키나와(沖縄) 등 일본 전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속속 확인됐다.
후생노동성의 마약단속부는 20일 젤리를 제조·판매한 오사카의 회사를 수색해 창고에 있던 젤리를 압수한 후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앞서 17일에는 젤리를 판매한 도쿄의 3개 점포와 오사카의 2개 점포도 조사했다. 제조 회사 측은 "HHCH는 금지 성분이 아니므로 우리의 제조와 판매에 불법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앞서 THC와 유사한 합성 물질인 'THCH'(테트라히드로칸나비헥솔)를 넣은 젤리 유통이 여러 차례 적발돼 후생노동성이 지난 8월부터 THCH를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HHCH를 제재하더라도 또 유사한 합성 화합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 일본 정부는 화학 구조가 비슷한 종류의 물질을 한꺼번에 금지하는 '포괄 지정'도 논의하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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