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7개국 중 부유한 상위 10%의 개인 탄소 배출량, 한국 2위
[박성우 기자]
▲ 20일(현지시각) 영국 언론 <가디언>은 영국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를 포함한 연구진의 전세계 탄소 불평등을 정량화하는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
ⓒ <가디언> 보도 갈무리 |
경제적으로 부유한 상위 10%에 속하는 개인 평균 탄소 배출량이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한 하위 10%에 속하는 개인 평균 탄소 배출량보다 최대 40배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국은 상위 10%의 상품 구매를 통한 탄소 배출량이 조사대상국 중 가장 큰 국가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각) 영국 언론 <가디언>은 영국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를 포함한 연구진의 전세계 탄소 불평등을 정량화하는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는 선진국의 중산층 대부분을 포함하며, 연간 약 4만 달러(약 5152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라며 "최상위 1% 부자들의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곤 하지만 이 상위 10%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만큼 기후위기 종식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1990년대 기후 관련 협상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탄소 불평등의 대부분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에 있었지만 상황은 역전됐다"며 "지금은 탄소 불평등이 대부분 개별 국가 내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39개국 조사, 상위 10%가 하위 50% 합친 것보다 탄소 더 많이 배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 주요 12개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의 1인당 연간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영국, EU, 일본 등에서는 상위 10%에 속한 개인의 탄소 배출량이 하위 10%에 속한 개인보다 약 15배 더 많았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에서는 그 격차가 30~40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하는 모든 국가에서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은 적어도 하위 50%의 탄소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은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이 하위 70%의 탄소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높았고 남아공의 경우는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이 나머지 90%의 탄소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도 높았다.
상위 10%의 1인당 탄소 배출량 1등 국가는 미국으로 연간 약 56.5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2위는 다름 아닌 한국으로, 한국 상위 10%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약 40톤을 웃도는 수준이다. 캐나다, 러시아, 일본은 상위 10%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약 30톤을 넘어 한국의 뒤를 이었다.
<가디언>은 "교통 분야, 특히 자동차 사용은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이 급증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 대상 국가의 하위 10%의 교통 배출량보다 20~40배 더 높다"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도로 운송이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상위 10%의 운송 배출량은 해당 국가의 하위 70% 인구의 운송 배출량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위 10%의 상품 구매 따른 탄소 배출은 조사국 중 1위
이어 <가디언>은 "또 다른 주요 요인은 가구와 전자제품 등 사람들이 구매하는 상품에 포함된 배출량"이라며 "이는 상위 10%의 경우 하위 10%보다 20~50배 더 높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출량의 약 1/3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상위 10%의 상품 구매에 따른 탄소 배출량인 1인당 연간 약 13.7톤에 달해 조사대상국 중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 하위 10%의 1인당 연간 배출량인 약 0.6톤으로 상위 10%와의 격차는 23배에 달했다. <가디언>은 한국 상위 10%의 상품 구매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다음 상위 10%의 1인당 배출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가디언>은 "평균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큰 부분을 놓치고 올바른 정책도 놓칠 수 있다"며 "유럽에서는 탄소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노란 조끼' 시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파리 경제대학의 세계 불평등 연구소의 공동 책임자인 루카스 찬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찬셀 교수는 <가디언>에 "정부가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유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 국민에게 탄소세를 부과하면 감축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탄소 불평등의 2/3이 국가 내에서 발생... 탄소세는 부자에게만"
매체는 "1990년에는 국가 간 탄소 불평등이 전체 탄소 불평등의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탄소 불평등의 3분의 2가 국가 내에서 발생한다"며 "이는 중국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량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부유한 국가의 배출량에 근접하면서 국가 간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루스 타운엔드 채텀하우스 싱크탱크 연구원은 <가디언>에 "정책 결정에서 불평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과세와 같은 정책적 채찍은 형편이 나은 이들을 대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연료 및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현재 불공정한 부담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는 보조금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지원과 같은 정책적 당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의 수가 2020년 약 5200만 명에서 2050년 5억 11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구진은 이처럼 백만장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지키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 예산이 완전히 소진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탄소 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웨덴 린네 대학교의 스테판 괴슬링 교수는 <가디언>에 "인류의 극히 일부가 남은 탄소 예산의 상당 부분을 소비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탄소세를 부과하면 부자들은 지불할 여유가 있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탄소세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대처하기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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