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2년차 이루마 "한국서 인정받아야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
내년 1월 7년 만에 서울 세종문화회관서 콘서트
'봄을 닮은 겨울'…"관전 포인트는 바로 나"
"한 번도 내가 연주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다만 내 곡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피아노였고, 내가 쓴 곡이니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한 게 여기까지 이르렀다."
내년 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월드투어에 나서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45)는 20일 서울 용산구 유진온뮤직 이온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7년 만의 국내 공연을 앞두고 "설레고 기대된다"며 소감을 전했다.
KBS 드라마 '겨울연가' 수록곡 'When the love falls'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에게 한국 콘서트는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무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공연해야, 또 인정받아야 어느 곳에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음악을 쓴다"며 "해외에서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한국에서 아무도 못 알아보면 위축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면 세계 어디에서나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루마는 내년 1월 공연 주제를 '봄을 닮은 겨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공연에서 새 앨범 '논 에 라 피네'(non e la fine)에 수록된 '하얀 봄'(la bianca primavera)과 '끝이 아닌 끝'(non e la fine) 등을 첼로 협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대표곡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리버 플로우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등도 새로운 편곡으로 무대에서 연주한다.
그는 공연 주제에 대해 "내게 계절은 기억이자 추억"이라고 했다. "봄을 닮은 겨울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계절이다. 내 음악은 미완성인데, 곡을 듣는 관객의 이야기가 음악과 합쳐져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루마는 월드투어의 관전 포인트는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앨범으로 들어도 좋지만, 워낙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걸 좋아해서,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2001년 첫 앨범 '러브 신'으로 데뷔해 내년에 23년 차를 맞는 이루마는 "늘 떨린다. 무대공포증이 심해서 학창 시절엔 잘 연주하던 베토벤, 멘델스존의 곡들을 무대 위에서 잊어버려 마음대로 지어서 연주하고 내려온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그때 무대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해 중학교 때부터 작곡 레슨을 받았고, 어느 날 내 곡을 들은 친구들이 악보로 써서 달라고 해 작곡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은 작곡이지만 내 곡을 연주하다 보니 연주자 같은 사람이 됐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거쳐온 과정에 다 이유가 있구나 생각 하게 됐다"며 "지금도 무대에 오르면 떨리지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이 공간은 내게 익숙한 곳'이라고 최면을 건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전 소속사와 저작권 문제로 이어온 약정금 반환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5년 넘게 소송을 이어왔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클래식이나 연주음악 하는 사람들이 잘 서포트 받을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많지 않고, 당장 공연하고 싶은 마음에 잘 모르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배 음악인들은 계약 시 꼭 계약서를 꼼꼼하게 잘 살펴보고 검토하길 바란다."
이루마는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열 살이 된 1988년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명문 음악학교 퍼셀스쿨을 거쳐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을 사사했다' 2001년 첫 앨범 발표 이래 그는 200곡이 넘는 작품을 작곡했다.
왕성한 창작의 배경을 묻자 그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 곡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는 사실 곡을 엄청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발매한 앨범 '베스트 레미니센트'(Best Reminiscent)가 발매 9년 뒤인 2020년 한 유튜버의 영상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해 미국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에서 23주간 1위를 차지하는 '역주행 신화'를 기록했다.
이루마는 자신의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자면 '네오 클래식'에 가까운데 일각에서 붙여진 '뉴에이지'라는 수식어는 원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클래식 연주자에게 내 곡을 주는 것이 계획 중 하나"라고 전했다.
"클래식 음악이든 대중적인 음악이든 좋은 곡들을 쓰고 싶다. 영화음악이나 드라마 음악을 할 의향도 늘 갖고 있다. 나이가 더 들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실험적 음악을 선보일 계획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내 딸이 '아빠가 이런 음악을 썼네'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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