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6년간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것
[이채은]
지난 9월 6일 여성가족부에서 제28회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하여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발표했다. 큰 분류로는 인구와 가구, 노동시장, 일·생활 균형, 경제상황 등 9개로 나뉜다. 보고서의 제목은 '남녀'이지만 2021년까지 이 보고서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제목으로 하여 여성의 생애 주기와 사회 활동 등을 조명했다. 제목만 바뀌었을 뿐 내용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여가부에서 위와 같은 보고서를 내면 관심 있게 보게 된다. 특히 성별임금격차를 제일 먼저 찾아본다.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은 성별임금격차가 심한 나라로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6년 동안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최근에는 성별임금격차를 연구한 클로디아 골딘 교수가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성별임금격차가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문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사회도 성별임금격차가 큰 사회적 문제이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아직 모든 나라의 수치가 수집된 건 아니지만 성별임금격차가 제일 큰 나라인 건 자명한 일이다. OECD에서 제공한 자료를 분석했을 때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의 개선율은 2018년도를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9년의 성별임금격차는 32.4% 전년도에 비해 1.6%p 소폭 감소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개선율은 계속 감소하여 2022년도에는 오히려 2%p 증가했다.
성별임금격차를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다 쏟아야 하지만 정책적으로나 사회 분위기를 봤을 때 그런 흐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쯤이면 어떤 한국의 어떤 요인들이 이렇게 심각한 임금격차를 결과로 내오는지가 궁금해진다.
한국에서는 고용상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운영한다. 공공기관과 지방공사, 상시근로자 수 500인 이상 민간기업 등이 대상이다. 제도 대상인 기관 및 기업들은 총 상시근로자 중 여성의 비율과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세부적으로는 직종별 직급별 성비를 적시하게 되어 있고 낮은 보수의 1분위부터 최대 보수인 4분위까지 임금에 구별을 두어 임금분위별 성별 인원 수와 비율도 제출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1인당 평균 보수 총액과 평균 근속기간도 포함된다.
여기서 우리는 성별임금격차에 근로자 및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과 근속기간, 임금 분위에 따른 여성 비율이 주요 요소가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바탕으로 좀 더 세부적인 성별임금차별 요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연령대별 여성의 고용률은 M자 형태를 20년째 유지하고 있다. 25세~29세에서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이다가 점점 줄어들어 35~39세에 최저점을 찍는다. 2000년과 2010년에 30~34세에 최저점을 찍었던 것에서 변화가 생겼다. 최저점을 찍은 후 다시 최고점을 찍는 연령대는 2000년과 2010년에 40대 후반이었다면 2022년에는 50대 초반으로 M자 형태는 유지하지만 전환점을 맞이하는 나이대는 5년 정도 미뤄졌다고 볼 수 있다. 30대 초반에 발생하는 여성의 경력단절은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보고서 내 자료에서 경력단절여성 규모 및 사유를 보면 경력단절의 가장 큰 비율을 보인 사유는 육아였으며 42.8%였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건 성별임금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일자리에 질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여남 임금근로자 비율은 여성이 79.7%, 남성이 74.1%으로 여성의 비율이 조금 높지만 고용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 비율은 여성이 53.6%, 남성이 57.6%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시근로자와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다. 임시근로자비율은 여성이 23.4%, 남성이 11.5%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여성이 1년 미만의 불안정한 고용지위로 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여성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 근로자는 54%로 남성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15.4%p 적다. 고용형태에 따라 고용안정과 임금 수준이 달라지는 만큼 여성의 고용지위 개선도 필요하다.
고용형태별 비율도 살펴보자. 여성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46%로 남성의 30.6%대비 15.4%p 높다. 여성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전년도 대비 1.4%p 감소에 그쳤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한시적 근로와 시간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시간제 근로의 비율은 26.2%로 9.4%인 남성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육아로 경력 단절된 여성이 가정을 돌보면서 일하기 위해 시간제 근로를 선택했을 거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시간제 근로로 벌 수 있는 소득은 한정적이기에 여성의 낮은 평균임금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임시근로 비율이 높은 만큼 여성의 평균근속연수는 남성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22년 여성의 평균근속연수는 5.7년으로 4.4년이었던 10년과 비교했을 때 1.3년 증가했지만 남성의 평균근속연수가 8.2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짧은 근속연수라 볼 수 있다. 보고서에서 학력에 따른 근속연수를 보여주는데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성은 대졸이상을 제외하고서 중졸이하, 고졸, 전문대졸은 8년 안팎의 수치를 보이는데 여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근속연수가 늘어난다. 특히 중졸이하 여성의 근속연수는 4.6년으로 대졸이상 여성의 근속연수인 5.9년에 비해 1.3년이 차이가 난다. 중졸이하 남성의 근속연수가 남성의 전 학력 통틀어 2번째로 높은 것을 볼 때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학력이 근속연수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
여러 조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OECD에서 발표한 자료와 다르게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는 시간당 임금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로 전년도보다 0.2%p 상승했다. 다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단순 여남의 임금 수준이 아닌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수준이다. 2022년 비정규직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1만4588원이다. 남성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2만7466원이다. 물론 통계에 여러 통제들이 필요하겠지만 단순 비교를 해보면 비정규직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 정규직 시간당 임금 대비 53% 수준이다. 성별과 고용형태가 교차되어 더 큰 임금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고자 한다면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를 바탕으로 여성과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격차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보고서에 담긴 통계가 한정적이라 여성의 관리직 비율을 살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시도 중에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이 안 될뿐더러 공공기관이나 규모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성별에 따른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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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1,12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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