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대만 대선 야권 단일화 난항, 美中대리전 셈법 복잡

이지은 2023. 11. 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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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선거 두달여 앞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이견 팽팽
中은 친중 성향 국민당을
美는 민진당 재집권 기대
국민당 허우 중도층 의식
당선땐 美中 갈등 일시적 완화

대만 총통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 여부는 총통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 변수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대선 판도가 안개 속에 갇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선거는 첨예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담은 대리전 성격을 가졌다는 점에서 양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현재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미국은 내심 민진당의 집권 연장을 바라고 있지만 양국 모두 마음 놓고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 것이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와 이후 대선 결과에 따라 대만을 둘러싼 외세의 풍향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흔들리는 단일화…대선판도 예측 어려워져

제2야당 민중당은 18일 "여론조사 오차범위 인정에 대한 양당의 인식이 다르다"며 총통 후보 단일화 결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6일 민중당은 제 1야당인 국민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 뒤 연합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합의했다. 당초 국민당과 민중당은 각각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과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으나, 두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후보인 라이칭더 현 부총통의 지지율이 뒤처졌다. 이에 양당은 18일 여론조사를 토대로 단일 후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하는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지난 15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마잉주 전 총통(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합의는 양측 간 의견 차이로 결렬됐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그러나 오차범위에 대한 입장이 갈렸다. 국민당 측은 오차범위를 ±3%포인트로 봤지만, 민중당은 ±1.5%포인트로 봐야 한다며 국민당의 의견에 반발을 표했다. ±3%포인트 포인트 방식을 쓸 경우 오차범위가 6%포인트가 되므로 통계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민중당 측은 여론조사 9건 가운데 3건이 오차범위가 커 문제가 있으므로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당은 이 3건도 결과에 포함해야 한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나머지 여론조사 6건 가운데 민중당의 커 후보가 앞선 결과가 1건, 허우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1건으로 나타났는데 민중당 측은 자신들의 기준대로 ±1.5%포인트로 오차범위를 계산할 경우 두 후보가 지지율에서 3대3 동률을 이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는 집권 민진당 라이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재 선거 판세를 뒤흔들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1월 13일 열리는 대만의 대선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0일~11일 대만의 인터넷 매체인 ‘CNEWS후이류신문망’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이 후보는 지지율 30.8%로 커 후보(26.0%)와 허우 후보(18.0%), 무소속인 궈타이밍 후보(9.3%)를 따돌렸다. 그러나 국민당과 민중당이 단일 후보를 내세울 경우 선거에서 라이 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 주요 외신들은 단일화 성공 가능성을 점치며 허우 후보가 총통 부호로 추대되고 민진당은 선거에서 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단일화 전까지는 라이 후보가 야권표 분열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봤지만, 단일 후보가 선출될 경우 야권 인사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론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민진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면서, 여당의 재집권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내년 민진당의 재집권과 입법회 과반 의석 확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총선의 정식 후보 등록 마감일은 24일로, 이 전까지 야권은 단일 후보 도출에 성공해야 한다.

국민당 당선 시 양국 갈등 일시적 완화… 中 통일 목적은 안 변해

야권 단일화가 벽에 부딪히면서 대만 대선을 둘러싼 미·중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중국은 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재집권 할 경우 대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결속력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친미 성향이 강한 민진당보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되기를 원하고 있다. 허우 후보는 중국의 힘을 인정하고 경제적 협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92 공식’을 수용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다만 허우 후보는 중도층을 의식해, 자신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친중으로 굳히는 것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신베이 시장 이력 외에 눈에 띄는 정계 경험이 없어 상대적으로는 국민당 색채가 옅은 후보로 분류된다. 허우 후보는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중도층 유권자를 공략, 지난 9월 화교 연차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찾기도 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허우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기보다는 양안 관계를 현상 유지 수준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을 자국 내 영향권 안으로 들여야하는 상황이다. 반중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서방국가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미국의 의회 지도자들은 당을 가리지 않고 친미 성향의 민진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5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에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해달라"고 밝히는 등 중국의 대만 선거에 개입 의혹에 날을 세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당의 색채와 후보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허우 후보가 당선돼야 일시적으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핵심 가치를 인정하고 있어 중국이 가장 원하는 협상 파트너"라면서도 "다만 국민당은 평화를 원하는 여론을 의식해 중국과의 관계는 모호한 현상 유지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진당의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중 간 긴장감이 대만에서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대만의 주권 확보를 주장하는 민진당과는 외교 관계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진당이 재집권 할 경우 미국은 중국 반격에 가세할 파트너로 민진당을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총선이 대만을 둘러싼 양안관계의 본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후보가 당선 돼도 종국에는 중국이 대만 통일을 추진하려 들 것이라는 견해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는 "누가 승리하든 중국은 양안 관계에 장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당 지도자가 중국과 더 열린 자세로 소통한다고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중국은 대만 통일을 바라고 있다. 결국 대만 국민들이 전쟁 대신 평화통일을 택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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