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노란봉투법’ 주요 내용과 쟁점은?(上)

최석진 2023. 11.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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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단체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며 즉시 공포해 시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파업만능주의의 확산을 초래할 노동개악”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촉구 및 거부권 저지' 투쟁문화제를 하고 있는 모습.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핵심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해 근로자가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경우를 대폭 넓힌 반면, 불법적인 노동쟁의에 따른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은 제한하는 것이다.

그만큼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 3권을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노란봉투법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개정안에 담긴 내용들은 최근 대법원과 일부 하급심 판례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개정안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해 부진정 연대책임(과실비율에 상관없이 채권자에 대해 전체 손해에 대한 공동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인정하는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유래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배춘환씨(여)가 법원에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차 파업 근로자들을 돕겠다며 과거 월급봉투 색인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의 성금을 담아 한 언론사에 전달한 것에서 유래한다.

당시 배씨는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47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편지와 함께 성금을 보냈고, 이후 ‘노란봉투 캠페인’이 이어져 4만7000여명의 시민이 동참, 약 14억6000억원이 모금됐다. 배씨는 최근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윤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캠페인은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로 이어져 제19대, 제20대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 이후 48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을 계기로 다시 논의가 본격화됐고, 제21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2020년 6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발의된 11건의 법률안과 1건의 청원 내용을 통합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안한 위원회 대안을 통과시켰다.

하청 노조가 원청사용자에 단체교섭 요구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은 ▲사용자 개념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노조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 3가지다.

먼저 바뀌는 건 노동조합법 제2조(정의) 2호의 ‘사용자’ 개념에 대한 정의 조항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후문이 추가됐다.

즉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결정 권한을 지닌 사람까지 그 범위가 확대된 것.

현실적으로는 현재 자동차 제조업계나 건설업계 등 대부분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도급계약관계에서 하청근로자와 직접적 계약관계를 맺지 않은 원청사용자에 대해 하청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노란봉투 캠페인을 일으켰던 배춘환씨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일요서울 유튜브 방송 캡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권자도 사용자로 봐야”… 최근 판례 추세

이에 대해 법률안 제안 이유를 보면 “최근 판례는 사용자를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를 법률에 반영해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근로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기재돼 있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한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사내 하청업체의 사업폐지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했다면, 원청회사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사건에서 위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며 “CJ대한통운이 하청 업체인 대리점 택배 운전사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관해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된다”라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CJ대한통운의 주장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고,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2018년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유사한 소송의 1·2심 판결과 완전히 상반된 결과였다.

지난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가운데)이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업종별단체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반해… 도급제 형해화 우려도

한편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가 하도급 관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법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은 단체교섭 거부 등 형사처벌 대상인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를 직접 정의하는 것인데, 사용자의 개념이나 범위를 불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제81조 1항 3호는 사용자가 노조 대표자나 노조로부터 위임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게을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즉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대한 해석에 따라 원청사용자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처벌되는 대상인지가 결정되게 되는데,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경제주체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의무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형벌의 예측가능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개정안처럼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질 경우 하청사용자의 경영권과 독립성이 침해돼 현행 도급제도가 형해화되고 협력업체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원청과 하청 간 도급계약관계에서는 하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갖고 독자적인 업무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하청근로자가 직접 원청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원청사용자가 이에 응해야 하게 되면 도급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실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한 결과 단체협약이 체결될 경우 하청업체는 스스로 독립된 사업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체결하지도 않은 단체협약을 적용받아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도급제도가 활용되는 주된 이유가 고용유연성을 확보해 경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인데, 원하청 간 교섭이 허용되면 인력 운영의 비효율이 증가해 기업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게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의 주장이다.

나아가 재계는 원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와 임금, 근로시간, 작업내용 등 근로조건에 관해 교섭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를 하청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 및 인사권 행사로 볼 가능성이 있어 불법파견에 해당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도급제 활용에 대한 부담이 커져 대기업의 외주 업무를 수주하는 중소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5년 대법원은 원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에게 업무지시, 근태관리 등 인사권을 행사한 경우, 이를 실질적인 파견계약관계로 간주해서 원청사용자가 파견대상업무나 파견허용기간 등 파견법상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할 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원청업체가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직접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청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할 텐데, 이는 도급 활용이 높은 국내 산업 현실에서 많은 혼란과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특히 다수의 하청업체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이나 재하청 등 도급 활용 비율이 높은 조선·건설업 같은 산업 현장에서는 노조의 상시적인 교섭요구로 인해 교섭의무, 교섭노조 단일화 등을 둘러싼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공개한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도급·파견 등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 17.9%, 조선업 62.3%, 건설업 47.3%, 제조업 18.8% 등으로 집계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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