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 '한일전 쾌투', 국민타자도 함박웃음…"좋은 공으로 일본 타자 배트 잘 끌어냈다"
(엑스포츠뉴스 이천, 김지수 기자) 토종 에이스의 호투를 지켜본 '국민타자'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숙적 일본을 상대로 쾌투를 펼친 곽빈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20일 경기도 이천의 두산 2군 훈련장에서 진행된 마무리 캠프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전날 저녁 TV 중계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결승전을 지켜봤다"며 "곽빈이 올 시즌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좋은 피칭을 대표팀에서 그대로 해줬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9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23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3-4로 석패했다. 연장 승부치기 끝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아쉽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비록 APBC 우승은 불발됐지만 한국 야구는 값진 경험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17일 예선전에서도 일본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1-2 접전을 펼쳤던 가운데 결승에서도 일본과 대등하게 싸웠다.
특히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곽빈의 호투가 빛났다. 곽빈은 일본 타선을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곽빈은 최고구속 152km를 찍은 위력적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일본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순간적인 제구 난조 여파로 2회말 2사 만루, 3회말 2사 1·2루 고비에 몰리기도 했지만 실점 없이 막아내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5회말 2사 후 일본 4번타자 마키 슈고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한국은 곽빈의 호투를 발판으로 결승전 중반까지 리드를 잡았다. 3회초 1사 1·2루서 터진 4번타자 노시환(한화 이글스)의 2타점 2루타로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고 5회까지 2-1로 앞서갔다.
곽빈은 APBC 결승전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실 3회말을 끝내는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뭔가 밸런스를 찾은 느낌이라 '오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후회는 없다"며 "아직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아직은 더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일본 투수들과 타자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찬 소감을 전했다.
곽빈은 올해 태극마크를 달고 유독 결과가 좋지 못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경기 2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고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담 증세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한국은 4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곽빈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곽빈은 WBC와 아시안게임에서의 아쉬움을 APBC에서 깨끗하게 씻어냈다. 결승전 선발투수, 그것도 한일전이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파이어볼러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승엽 감독은 "곽빈이 2회말 볼넷 2개를 주면서 조금 흔들렸지만 이후에는 잘 던졌다. 커브 구사가 잘 되면서 일본 타자들의 배트를 끌어냈는데 전체적으로 정말 좋은 피칭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곽빈이 국제대회 결승전 선발투수로 던졌다는 것도 아주 의미가 있다. 비록 우리나라가 준우승을 했지만 앞으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PBC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한 좌완 영건 최승용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최승용은 3경기 3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류중일호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최지민(KIA 타이거즈)과 대표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탱해줬다.
이승엽 감독은 "최승용도 앞으로 우리 두산에서 선발투수로 성장해줘야 하는 투수다. 이번에 APBC 대회 기간 불펜에서 좋은 피칭을 해줬다"며 "결승전에서는 다소 운이 없는 안타를 내주고 1실점했지만 분명히 뛰어난 투구를 해줬다"고 평가했다.
또 "최승용이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대회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분명히 올해보다 내년이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빈, 최승용은 내년 시즌 이승엽 감독의 선발 구상에 포함됐다. 곽빈은 올 시즌 23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두산은 물론 리그에서 손꼽히는 국내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최승용은 팀 사정상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34경기 3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7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내년 2월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투수로 2024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이승엽 감독은 "곽빈은 12승을 거두면서 국내 에이스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줬다. 몇 차례 부상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무엇보다 (기량) 유지가 관건이다"라며 "최승용은 올해 후반기 모스빙 좋았다. 투수코치와 (내년 선발 로테이션은) 더 상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내년에 선발투수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이와 함께 오랜 기간 국가대표팀 중심 타선을 책임졌던 대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의 이번 APBC 선전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은 오는 24일 오전까지 이천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한다. 25일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팬들과 '곰들의 모임' 이벤트를 진행한 뒤 2023 시즌 팀 공식 일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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