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 푸틴과 하마스가 김정은을 살렸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ㆍ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교훈이 다양하게 회자하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러ㆍ우 전쟁은 러시아가 침공 이전부터 조작한 거짓 정보와 심리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야금야금 약화하면서 시작하는 ‘회색지대전쟁’이자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의 유형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이스라엘ㆍ하마스의 전쟁에선 약체인 하마스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다영역에서의 동시 다발적 재래식 기습공격에 성공해 전쟁사의 한 페이지에 올렸다. 이스라엘은 철통 방어망으로 소문났던 아이언돔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세계적인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명성도 땅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으면서 치욕의 전쟁으로 되씹어 볼 듯하다.
주지하다시피 전쟁의 참상과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고 비극적이기 때문에 대다수 국가와 지도자들은 이를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국가별로 처한 상황과 여건은 다르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적합한 ‘맞춤형 전쟁교훈’을 도출해야만 유의미하다.
이참에 우리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김정은과 인민군이 두 전쟁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으려 할까 살펴보는 것도 실용적인 대안을 찾는 데 유익할 것이다.
첫째,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공격수단과 방법을 적대국인 이스라엘에게 철저하게 숨기고 마치 일상처럼 여기도록 기만하는 이른바 ‘작전보안(OPSECㆍOperations Secret)’이 완벽하게 성공한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정보감시 강점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강점으로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는 기습작전에 성공했다. 수천여 발의 로켓포탄을 동시에 발사해 아이언돔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패러글라이딩을 다루는 특수요원들을 저고도로 침투시켜 민간인을 무차별하게 살상하며 수백 명의 인질을 순식간에 잡아가는데도 성공했다.
또한 하마스는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이 끝나는 경계가 느슨한 안식일을 기습일로 택했다. 이 시기는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수십 만의 민주주의 시위로 이미 안보공백이 절정에 이른 시기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국민도, 정보기관도 모두 기습에 취약했던 기회를 하마스가 놓치지 않은 것이다.
북한에게 이러한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분명히 성공한 사례로 읽힐 것이다. 유사시 서북도서나 수도권, 또는 전방의 일부 지역에서 기습도발을 하거나, 제한적인 지역을 선점해 군과 국민을 볼모 삼아 정치적 협상을 하려는 대남전략전술은 오래전부터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대비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습도발 이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핵확전 위협으로 나온다면 한국 단독으로나 한ㆍ미가 공동으로 대응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북한의 핵무기는 지금처럼 소형화하지 않았었고 다양한 전술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존재하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핵무장한 북한에 대한 대응조치 수준이나 방법이 더욱 민감하고 복잡해졌다는 의미다.
둘째, 기습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보복섬멸전 목적으로 하마스의 땅굴 소탕작전에 나섰다. 하마스가 거미줄처럼 파놓은 지하 땅굴은 수백㎞에 이른다. 지하 땅굴내에서의 군사활동은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감시와 추적이 제한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지금같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하마스의 땅굴 탐지 및 소탕작전을 준비해 왔다. 지하의 깊은 땅굴까지 들어가는 ‘벙커 버스터’ 폭탄은 물론 땅굴입구를 찾아 봉쇄하는 ‘스펀지 폭탄’으로 하마스 땅굴을 완전하게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하마스는 땅굴에 숨어있거나 땅굴과 연결된 민간 시설의 어딘가에 위장해 은거 중일 것으로 보인다. 땅굴 입구는 민간 병원이나 학교 시설 등과 지하로 이어져 있어 유사시 민간인을 방패로 폭격을 최소화하려는 반인륜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자 지역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하마스가 민간인과 섞여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은도 주민들 앞에서 가식적으로 눈물도 보이지만, 공포정치로 고모부인 장성택과 이복형인 김정남, 총참모장인 현영철 등을 포함 수백 명의 고위 인사들과 주민들을 공개처형하거나 암살했다. 심지어는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평양의 도심 지역이나 국제공항인 평양 주변의 순안 지역에서도 발사함으로써 유사시 민간인(주민)을 인질로 피해를 유도하려는 반인륜ㆍ반인권적 행동으로 하마스와 생각이 똑같다. 그래서 과거 개성공단에서 우리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조치는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인권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대북심리전도 재개하여 북한 주민이 우리의 한류와 경제발전을 동경해 북한 사회가 흔들리도록 해야만 역으로 김정은의 핵미사일 집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전쟁 중인 러시아는 백만 t이 넘는 포탄과 재래식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밀거래하고 있다는 정황이 사실로 밝혀졌다. 하마스가 사용 중인 대전차무기와 로켓포탄도 일부 북한제로 식별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 중동전쟁 때도 이집트에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한 적이 있다. 시리아와 이란과 무기와 화학물자 등을 은밀하게 거래해 외화를 획득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북한과의 무기 밀거래는 김정은 시대 진행된 잦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유엔결의안에 의해 금지된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이제 러시아는 물론 중동지역으로의 북한무기 확산도 차단해야 한다.
이러한 교훈들처럼 러ㆍ우 전쟁과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에게 퇴로를 제공해줌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촉진제로 작용해 동유럽과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끝까지 무시하며 불장난을 계속한다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섬멸해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것처럼 한ㆍ미도 김정은 정권을 섬멸할 것이라는 교훈, 더 실효적인 대북 억제전략 개발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공개·비공개 정보 유입이 시급한 시기라는 교훈도 던져 본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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