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금은 전국 도는 게 유리"…제일 마지막에 공천? 왜
여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공천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한 장관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 출마설’에 대해 “저는 제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지난 17일 대구에서 “총선은 국민 삶에 중요하다”고 말해 출마설에 불이 확 붙었는데 이날은 즉답을 피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출마 기대감을 서서히 높이려는 대답”이라고 했다.
당은 한 장관 출마설을 반기는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이 정식으로 출마 여부를 말씀 안 한 것 같지만 환영한다”며 “굉장히 신선하고 합리적인 분이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장관이 어느 지역에 출마해 어떤 상대와 맞붙을지에 따라 그의 당선은 물론 전체 선거판에 미칠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일단 한 장관 공천은 야당 공천이 다 끝난 뒤에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둘러 공천했다가 더불어민주당이 ‘맞춤형 카드’로 맞불을 놓거나 ‘김빼기’ 전략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장관은 12월 초 개각 명단에서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개각 시점 자체가 유동적인데다가 변수가 많아서 한 장관은 12월 개각에선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1월 11일) 직전까지 분위기를 살필 거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나아가 선거일 30일 전까지만 공직자를 사퇴해도 출마할 수 있는 비례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공천이 마무리되는 1월 말~ 2월 초에 한 장관 공천을 결정하는 방향이 당내에서 거론된다. 앞으로 두달 동안 충족되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①20% 지지율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13%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21%)에 이은 2위였다. 여권 인사 중에는 가장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서울 종로 같은 핵심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한 장관이 전국을 돌며 시민을 만나고, 출마 의향을 좀 더 밝히면 기대감을 키워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역대 차기 주자는 20%대 지지율을 갖고 경합지에 출마했을 때 무난히 당선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출마 선언을 한 그해 1월 중순 24%(한국갤럽)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는 종로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를 해 전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에 당시 종로에서 맞붙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지율 9%를 기록했는데 선거 내내 고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핵심 지역에서 거물급끼리 맞붙었을 때는 전국 지지율이 지역구 득표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한 장관이 일단 전국을 도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②이재명의 1심 재판
한 장관의 공천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과도 연결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이 두 차례에 걸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이 대표 유죄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 대표의 세 가지 재판(대장동·백현동 개발,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중 총선 전 1심 판결이 나오면 한 장관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로선 총선 전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큰 건 위증교사 재판이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2018년 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핵심 증인에게 허위증언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13일 법원은 해당 재판을 기존 대장동 의혹 재판과 분리해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쟁점이 단순해 이 대표가 지연 작전을 써도 총선 전에는 선고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만약 1심에서 이 대표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한 장관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형량이 낮거나, 무죄가 나오면 되레 한 장관에게 역풍이 불 수도 있다.
③정치적 활동공간
민주당이 각 지역구에 어떤 인물을 공천할지도 한 장관 공천에 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정치적 요충지에 민주당 거물급 인사가 공천되면 한 장관을 공천해 ‘빅매치’를 성사시킬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단순히 금배지를 다는 것을 넘어 차기 주자로서 중량감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야당 인사와 격전을 치러 승리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맡길 역할도 관심사다. 현재로선 선거대책위원장이 거론되는데 이 경우 지역구로 출마하느냐, 비례대표로 나서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비례로 나서면 감동이 적고, 지역구에 나서면 본인 선거운동이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장관으로선 막판까지 이를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박태인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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