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힘’ 한국기술교육대 학생교육 1위…건국대 창업지원 71억 [2023 대학평가]

김서원, 이후연, 이가람 2023. 11.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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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국기술교육대 다담 미래 학습관 유연생산시스템(FMS) 실험실에서 학생들이 협동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한국기술교육대
한국기술교육대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를 졸업한 정지수(25)씨는 올해 현대자동차에 취업했다. 지난해 학교의 ‘장기 현장실습 제도(IPP)’를 통해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배운 실무 지식이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 정씨는 당시 연료전지 성능 평가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지금은 수소전기차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현장실습은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연구·평판도 제외…‘교육에 강한 대학’ 평가


‘학생교육 우수대학’ 평가에서 한국기술교육대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술교육대에 이어 서울대가 2위, 성균관대가 3위였다. 학생교육 우수대학 평가는 연구보다 교육에 특히 힘쓰는 대학을 발굴하기 위해 교수연구·평판도 지표를 제외하고 교육여건과 학생교육 부문 지표만으로 평가했다. 취업자보다 진학자가 더 많은 KAIST, 포스텍 등 연구중심 대학을 제외한 49개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학생교육 우수대학 평가에서는 실무 중심 교육으로 취·창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 대학이 상위에 올랐다. 한국기술교육대는 현장실습 참여 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장기 실습 제도를 통해 매년 400여명이 4~6개월간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실습하고 있다. 임금을 받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월 40만원의 장학금도 준다. 홍주표 경력개발IPP실장은 “장기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6.4%포인트 높았다”고 했다. 이 대학의 취업률은 74%로, 전년(72.4%)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숙명여대, 이공계 졸업생 취업 데이터 공유


건양대는 순수취업률 3위에 올랐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의료 정보, 의료기기 전문가를 양성하는 의료IT공학과를 설립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취업률이 크게 올랐다. 학교에 따르면 병원 등에서 채용을 늘리면서 지난 3년간 의료·보건 분야 취업률이 82%에 달했다. 학교 전체 취업률(73.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송기원 의료IT공학과 학과장은 “대학병원 인턴십을 활성화해 졸업 후 의료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교육한 덕”이라고 했다.
허용도 건양대 의료IT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스마트 헬스케어 수업에서 원격 진료 및 병원 정보시스템을 강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 건양대

숙명여대는 ‘여대생이 이공계 취업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이 대학은 자연과학과 공학계열 취업률이 각각 75.3%, 65.7%로 높아 순수취업률 9위에 올랐다. 학교 측은 이공계, IT 분야 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하고 어떤 학내 활동이 취업으로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는 각 학과 교수진에 공유돼 교수들이 학생 지도하는 데 활용했다.
지난 8월 인천 동아ST 본사에서 숙명여대 학생들이 바이오 제약 QAQC 직무교육(HPLC실습)을 받고 있다. 사진 숙명여대


‘창업매출 최상위’ 건국대, 年지원액 평균 2배


취업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 창업을 강조한 대학들도 상위권에 들었다. 건국대는 지난 한 해 창업에 약 71억원을 지원했는데, 평가 대상 대학 평균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는 학생 스타트업 실적으로 연결됐다. 지난 3년간 건국대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은 174곳, 이들이 기록한 매출액은 약 62억 원에 달했다. 3년간 전체 매출액은 평가 대상 대학 중 가장 많았고, 기업당 매출액은 4위였다. 봉상철 창업지원단 실장은 “학생들이 첨단 신기술 분야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최신식 스마트팩토리와 첨단 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학생 창업기업 ZOOC(쭉)의 김효재 대표(산업공학과)가 캠퍼스타운 입주기업 성과공유회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반려동물 커스텀 제품 성과 발표를 하는 중이다. 사진 건국대

학생 복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대학들도 돋보였다. 평가 대상 중 11위에 오른 서울과학기술대는 등록금 수입 중 23.8%에 달하는 금액을 장학금으로 돌려준다. 장현승 미래전략본부장은 “다양한 학생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지급 목적에 따라 성적 우수, 진로 및 취업 지원, 국제교류 등으로 세분화해 학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대학평가팀=이후연·이가람·김서원 기자, 김찬호·이주형·홍세린 연구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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