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진 맛보기, 한국야구 본때 보여주마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렇게 잘하는 투수가 4명이나 있다니…. 앞으로 한국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일본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 곽빈(24·두산 베어스)·원태인(23·삼성 라이온즈)· 이의리(21·KIA 타이거즈)·문동주(20·한화 이글스)의 피칭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들 4명은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젊은 선수들이 출전한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한국의 선발투수로 맹활약했다. 문동주가 첫 경기인 16일 예선 호주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고, 이의리가 17일 예선 일본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원태인은 결승 진출이 걸린 18일 예선 대만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마지막으로 곽빈은 19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일본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한국 야구의 미래에 희망을 밝힌 ‘판타스틱 4’였다.
이바타 감독은 “한국 선발투수 4명이 모두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걸 봤다. 아직 젊은데 이렇게 잘하는 투수 4명을 대표팀에 데리고 온 걸 보고 ‘앞으로 한국과의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결승전 선발 중책을 맡았던 곽빈은 APBC에 오기 전 마음고생을 했다. 지난달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는데, 훈련 도중 등에 담 증상을 느껴 공 한 개도 던지지 못하고 돌아왔다. 금메달을 따고 병역 대체복무 혜택도 받은 곽빈에게 일부 야구팬은 ‘무임승차’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곽빈은 마음의 짐을 APBC에서의 호투로 갚았다.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일본 선발 이마이 다쓰야(4이닝 2실점 1자책점)보다 더 좋은 공을 던졌다. 곽빈은 “일본 타자들이 내 직구를 잘 쳐서 놀랐다”면서도 “아직 야구 인생이 많이 남았다. 더 많이 배워가야 할 단계다. 일본 투수들도 봤고, 일본 타자들도 상대해봤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올해 출전한 세 차례 국제대회에서 두 번이나 한국에 결승행 티켓을 안겼다. 아시안게임 중국전(6이닝 무실점)과 이번 대회 대만전이 모두 그랬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8개월 만에 다시 도쿄돔 마운드에 올라 대만에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올 한 해가 내게는 가장 행복한 1년이었던 것 같다”며 “나뿐 아니라 우리 투수 모두가 발전했다는 걸 느꼈다. 몇 년 뒤 일본 선수들과 다시 만나면 더 자신감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의리는 넷 중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지 못한 멤버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일본전에서 잘 던져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하필 대표팀 출국 직전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중도 하차했다. 그래도 이의리는 APBC에서 심기일전했다. 가장 까다로운 일본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한국 야구의 ‘왼손 일본 킬러’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의리는 “재미있게 던졌다. 앞으로 다가올 국제대회도 기대된다”며 “한국과 일본 선수 모두 지금보다 더 발전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동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 승리 투수였다. 한국 대표팀에서 구속(최고 시속 160.1㎞)이 가장 빠른 선수로 알려져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 야구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그는 이번 대회에선 ‘첫판 승리 투수’가 됐다. 문동주는 “두 번의 국제대회 모두 정말 재미있었다. 내년 열리는 프리미어12는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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