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범운영? 준비 안된 ‘부산형 학습지원’ 시스템
“시범운영 때부터 문제가 됐던 문항 오류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학생과 교사는 교육청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윤일현 부산시의원이 지난 17일 부산시교육청 행정 사무감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부산시교육청이 학력 신장을 위해 도입한 BASS(바스, Busan Academic Support System)에서 문항 오류가 끊이지 않아 학생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바스는 27억원 들여 개발한 학습 지원 시스템이다. 시중 문제집에 나오는 문제 22만개와 교육청 자체 개발 3696개 문제 등 다양한 학습자료가 입력됐다.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을 진단해 맞춤형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3학년에겐 5과목(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겐 3과목(국어·영어·수학) 보정 학습을 지원한다.
지난 9월 시범운영을 거쳐 부산시내 420개 초·중·고교 12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받은 학습용 태블릿을 통해 바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바스에선 문항 오류가 속출했다. 이는 바스를 이용해 문항을 풀던 학생이 이상을 느낄 때마다 캡처한 화면을 교사에게 제출하면서 드러나고 있다. 정·오답을 따질 필요도 없이 한눈에 보기에도 드러나는 오류가 많았다고 부산교사노조는 전했다.
가령 문항이 ‘A에 대한 반론’이나 ‘밑줄 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묻고 있지만, 주어진 지문엔 ‘A’로 표시된 부분이나 밑줄이 없어 문제를 풀 수 없는 게 많았다. 객관식 문제에서 ‘보기’로 주어진 내용이 중첩되거나 정답이 아예 없는 경우, 질문과 무관한 엉뚱한 그래프가 주어진 문항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와도 학생이 정답을 써넣어야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지난 6일부터 3주간 바스에선 ‘학업 향상도 평가’가 진행돼 학생들은 문항 오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부산교사노조는 “문제 오류가 많고 평가 결과는 다음 달에나 확인할 수 있어 학생이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게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행정 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윤일현 부산시의원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도입하려다 생긴 문제로 보인다. 학생들은 (문제를 수정해주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문항 오류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태블릿과 브라우저 종류가 학생마다 달라 호환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정상적인 문항도 잘못 출제된 것처럼 표기된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일부 문항에선 오류가 있었던 점을 인정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류 문항이 발생하면 곧바로 개발·운영업체 측에 이를 통보해 고친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의회와 교사노조가 지적한 문항은 모두 수정을 마쳤다. 바스에 탑재된 시중 문제집 문항 22만개를 전수 검수해달라고 업체에 요청했으며, 업데이트를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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