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만들던 직원들 퇴사했다" 친환경 업체들의 분노
" 일회용품 감량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환경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 한화진 환경부 장관 "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전문점.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을 놓고 소상공인들과 한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정부가 24일로 예정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규제 시행을 앞두고 돌연 정책을 철회하면서 친환경 제품의 판로를 막았다는 비판이 일자 마련됐다.
환경부와 중기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책 후퇴로 인해 직격탄을 입은 종이 빨대 제조업체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놨다. 우선 고사 위기에 놓인 일회용품 대체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내년에 경영애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영애로자금은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돈이다.
소상공인 단체들과 대체품 빨대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등 종이 빨대 수요와 판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또, 다회용품 사용 우수매장을 지정하는 등 일회용품을 성실히 감축한 매장에 각종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일회용품 정책 변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종이 빨대나 다회용기 업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정부가 쓴소리를 들으려고 만든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카페나 음식점 사장들도 대체품이 일회용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우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빚만 늘릴 것…기존 정책 유지해야”
11개 종이 빨대 업체로 구성된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가 일정대로 진행됐다면 우리의 직원들은 지금쯤 열심히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은 지금 휴직하거나 퇴사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이 업체가 견딜 만큼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결국 빚만 늘리는 대책이 되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협의회 회원사들이 규제 시행 일정에 맞춰서 생산한 종이 빨대 재고 물량은 약 1억4000만 개다. 협의회에 소속되지 않은 업체의 생산 물량까지 포함하면 종이 빨대 재고는 2억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종이 빨대 업체 대표는 “가장 좋은 것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규제를 유지하는 데 처벌을 안 하겠다는 게 무슨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회용컵 생산 업체인 이수빈 화진몰테크 지사장도 “환경부 발표 이후 다회용컵 등을 납품해오던 업체들이 발주를 철회하는 실정”이라며 “환경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온 모든 것들이 (일회용품 규제 후퇴로) 한순간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종료일 이번 주에 발표”
정부의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환경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기간에 대한 종료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내부적으로 계도 종료 시점으로 언제가 적합할지 논의 중”이라며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추가 간담회를 열고 계도 종료 시점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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