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선배 김하성의 경험 어린 충고 "정후야, 마이너 거부권 넣지 마"

차승윤 2023. 11.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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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2732="">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수상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첫 해에 엄청 못했지만,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다면 팀도 마이너리그로 내리긴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친정팀 선배이자 MLB 선배가 될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황금 같은 충고를 전했다.

김하성은 20일 서울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골드글러브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취재진은 김하성 개인의 활약에 대해 묻기도 했지만, 그를 뒤따를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요청했다.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LG트윈스와 kt위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김하성과 이정후가 야구장을 찾아 관전하다 홍성흔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KBO리그 MVP(최우수선수)이자 김하성의 친정팀 키움 후배인 이정후가 포스팅 신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동갑내기 절친이자 매제이기도 한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도 포스팅 절차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김하성의 뒤를 이어 미국에 가고, 성공할 수 있을지 한국 야구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김하성의 조언은 무엇일까. "야구를 잘해야 MLB에 갈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그건 본인이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MLB에 갈 정도 선수들이라면 기술적 조언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MLB 도전을 앞둔 이정후. IS 포토
kt위즈와 LG 트윈스의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마무리 고우석이 9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하지만 MLB에 가서 잘하려면 결국 적응해야 하고,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김하성은 언어 문제가 크다고 돌아봤다. 김하성은 "어릴 때 영어를 배우면 좋겠다.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하성은 "난 내가 MLB에 갈 거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안 했는데,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며 "어린 학생들은 MLB 진출의 꿈이 있다면 영어 공부를 미리하면 좋을 것 같다. MLB에 안 가더라도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제정한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특별상을 김상헌 일간스포츠 대표이사로부터 수상하고 이정후로부터 축하받고있다.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김하성은 "정후, 우석이는 워낙 잘하고 대단한 선수"라며 "그 선수들도 나와 비슷할 거 같다. 영어를 잘 못하는 걸로 안다"고 폭로 아닌 폭로를 꺼냈다. 그는 "지금이라도 공부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래도 우리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절친한 이정후에게는 더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일찌감치 미국행이 예상된 이정후는 미국 시장에서 주요 FA(자유계약선수) 외야수로 꼽힐 정도로 관심을 받는다. 김하성은 그 정도 관심을 받는 후배라면,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필요없다는 걸 강조했다.

김하성은 "정후에게 말하기도 했는데,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첫 해에 엄청 못했지만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지 않았다. MLB에서 연봉을 많이 받으면 사실 마이너리그로 내리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빅리그 잔류를 보장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02억2500만원)에 사인한 김하성은 2023시즌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넣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지 않았고, 거부권도 사용하지 않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이정후, 에드먼, 김하성이 지난 3월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타격연습을 하다가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KBO리그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넣고 MLB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특히 2013년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계약 과정에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강하게 밀어붙여 협상 막판 계약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반면 윤석민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 때 거부권을 넣었다가 콜업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온 바 있다.

김하성은 "사실 내가 미국에 진출할 때는 마이너리그에 계시는 선배들이 있었다. '마이너리그에 가면 큰일 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계약 때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하성은 이정후는 안정된 상태에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정후도 미국에 진출하면 돈을 적게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에 집착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하성은 대신 "옵트 아웃을 넣는 게 낫다"고 했다. 옵트 아웃은 선수가 계약이 끝나기 전 일정 기간이 지난 상황에서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될 수 있는 권리다. 선수가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가 더 좋은 계약을 받을 수 있을 때 행사하곤 한다. 나이가 어린 이정후이기에 MLB에서 성장하고 적응하면 옵트 아웃 후 더 좋은 계약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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