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내가 되면 된다"…1690억 원 '가성비 선수' 라이스의 담대함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데클란 라이스에게는 자신에게 붙은 가격표를 이겨낼 담대함이 있었다.

라이스는 올여름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서 아스널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얇은 미드필더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리그 우승을 놓치고, 그라니트 자카까지 떠난 상황에서 아스널에 라이스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렇다 보니 이적료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아스널은 라이스 이적에 1억 500만 파운드(1,690억 원)를 쏟아부었다. 웨스트햄에서 여러 시즌에 걸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상급 미드필더임을 증명한 데다 잉글랜드 출신이어서 홈그로운이 적용되기까지 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스는 높게 책정된 이적료가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훈련 후 인터뷰에서 "이적할 때 가격표 때문에 매우 긴장했다. 당연한 일이다. 1억 500만 파운드다. 도저히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 액수"라며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에 대한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아스널 X(구 트위터) 캡처

라이스는 1억 500만 파운드조차 가성비로 느껴지게끔 만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스널에 부족했던 피지컬과 수비 안정성을 가져온 건 물론 훌륭한 패스와 킥으로 간간이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하며 아스널이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토트넘홋스퍼와 함께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비결은 평소와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라이스는 "이적료는 내가 웨스트햄에서 했던 일과 웨스트햄이 나를 귀중하게 여겼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아스널과 계약하고 나는 '그저 데클란 라이스가 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생각했다"며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현재 아스널에서 반 칸 정도 올라선 위치에서 활약하고 있다. 웨스트햄이나 잉글랜드에서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1명으로 뛰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라이스는 "웨스트햄에서는 공을 갖기 위해 자유롭게 돌아다녔는데, 아스널에서는 공이 올 때까지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아스널에서는 공을 훨씬 더 많이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며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접근법이 많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스널 X(구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