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진짜 슈퍼팀, DB는 왜 저평가 됐을까

이준목 2023. 11. 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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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벤치 뒷받침' 5연승 질주 중인 원주 DB, 포텐 터졌다

[이준목 기자]

'저평가된 강자' 원주 DB가 브레이크 없는 압도적인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19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DB는 고양 소노에 99-9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5연승을 질주했다.

외국인 에이스 디드릭 로슨이 29점 14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고, 필리핀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도 13점 11어시스트 5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여기에 김종규가 16점 8리바운드, 강상재가 17점 2리바운드, 박인웅이 11점을 더하며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날 DB 선수들의 슛감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팀 야투율이 무려 61.4%(35/57)에 이르렀으며 3점슛도 55% (11/20), 자유투는 김종규가 딱 1개를 놓쳤을뿐 나머지 18개의 자유투를 모두 적중시키며 94.7%(18/19)라는 가공할만한 성공률을 기록했다.

소노도 '양궁부대'답게 이정현(30점 6어시스트)-치나노 오누아쿠(22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김강선(20점)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무려 17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DB를 괴롭혔으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로써 12승 1패, 승률 .923를 기록한 DB는 2위 안양 정관장(8승 4패)과는 3.5게임차이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개막 7연승을 기록했던 DB는 지난 10일 정관장에게 94-99에게 덜미를 잡히며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지만, 이후 다시 5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시즌이 어느덧 2라운드 중반으로 향하면서 초반 돌풍이 더 이상 일시적인 이변이 아니라 확실한 태풍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올시즌 DB 농구의 특징은 화끈한 공격농구와 후반 뒷심에 있다. DB는 현재 경기당 평균 94.9점으로 리그 전체 득점 1위에 올라있으며 90점대 이상의 팀득점을 기록중이다. 팀 득점 2위인 부산 KCC(84.9점)와는 정확히 10점차이가 난다. DB는 야투(52.9%), 3점슛(40.8%), 자유투(79.6%) 성공률도 모두 1위다.

역전승이 많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DB는 올시즌 경기 초반 흐름을 큰 점수차로 끌려가거나 전반에 리드를 내주고도 끝내 역전을 이뤄낸 경기가 많았다. 지난달 10월 28일 KCC전에서 18점차, 11월 5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는 최대 19점차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뒀다. DB는 이날 소노전에서도 2쿼터 한때 16점차(22-38)까지 끌려갔으나 또다시 후반에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DB는 올시즌 3쿼터에만 평균 26.2점을 득점하며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10개구단 중 3쿼터를 비롯하여 단일쿼터 최다 팀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또한 4쿼터에는 16.2실점만을 내주며 올시즌 리그 단일쿼터 최소실점만을 기록중이다. DB는 경기 초반부터 후반으로 갈수록 실점이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DB의 경기당 평균 실점은 전체 6위(80.8점)에 불과하지만 승부처에서 상대팀이 체감하는 DB 수비의 견고함은 그 이상이다.

DB의 '개막 13경기 12승'은 KBL 역사상 최단기간 최고승률 타이기록이다. 2015-2016시즌 고양 오리온(현 소노)이 최초로 개막 12승 1패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오리온은 개막 5연승을 달리다가 서울 삼성에게 시즌 첫패를 당했고, 이후 창원 LG를 제물로 7연승을 달성하며 최단기간 12승 고지를 밟았다.

다만 오리온은 최고승률을 끝까지 지키지는 못했다. 당시 오리온은 후반기에 성적이 급락하며 2015-16시즌 정규리그 54경기를 32승 22패, 승률 .593으로 3위로 마감했다. 그래도 플레이오프에서 상위팀들을 연파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여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리온의 뒤를 이어 1997∼1998시즌 대전 현대(현 부산 KCC), 2000∼2001시즌 수원 삼성(현 서울), 2003∼2004시즌, 2007∼2008시즌과 2011∼2012시즌 DB, 2014∼2015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개막 13경기 11승2패 .846으로 승률 역대 공동 2위를 기록한바 있다. 이들은 모두 해당 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으며, 2003-04시즌과 2011-12시즌의 DB를 제외하면 모두 통합우승까지 달성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DB가 이 정도로까지 잘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것은 서울 SK와 부산 KCC의 2강이었다. 이밖에도 수원 KT와 창원 LG 등 전력이 크게 보강된 팀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DB는 6강을 놓고 경쟁할 팀 정도로만 전망되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실 DB는 이름값이나 전력면에서 이미 타 팀에 크게 뒤질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저평가를 받게 된 원인은 지난 몇 년간의 계속된 부진 때문이었다.

DB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도에 조기종료된 2019-20시즌 공동 1위(28승 15패. 서울 SK)를 기록한 이후로 최근 3시즌 연속(9-8-7위) 6강진출조차 실패했다. 이는 전신인 나래-TG-삼보 시절 등을 모두 포함해도 구단 역사상 최초의 불명예 기록이었다. 2018-19시즌까지 범위를 넓히면 최근 5시즌간 4번이나 7위 이하-5할대 미만의 승률에 그쳤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었다. DB는 최근 몇 년간 유독 반복된 부상 악재로 국내와 외국인 선수를 아울러 베스트 멤버들을 정상가동한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제아무리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도 결국 코트에 나설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올시즌도 두경민의 부상공백이 있지만, DB로서는 오랜만에 비교적 '건강한 스쿼드'로 새 시즌을 맞이했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이자 다재다능한 스윙맨인 디드릭 로슨을 중심으로 김종규와 강상재라는 '트리플포스트'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한국무대 적응을 마친 2년차 듀얼가드 알바노가 어시스트 1위(8.3개)를 기록하며 리그 탑클래스 가드로 올라섰다.

핵심 코어들이 제 기능을 해주면서 덩달아 벤치까지 빛을 발하고 있다. 2년차 박인웅은 올시즌 전경기에 출장하여 7.5점, 야투율 53.6%, 3점슛 47.5%(19개)의 맹활약을 펼치며 두경민의 공백을 예상보다 잘 메워주고 있다. 2옵션 외국인 선수인 제프 위디는 지난 18일 삼성전에서 19점의 깜짝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이밖에 서민수-김영현 등도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수비와 3점슛 등에서 기여하고 있다. 간혹 DB 주전들이 저조하더라도 벤치 선수들에서 나와 활로를 열어주는 경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DB가 최근 17일간 무려 9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도 상승세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든든한 벤치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쩌면 그동안 부상과 불운에 가려졌던 DB의 진짜 포텐이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패배를 잊은 DB의 무한질주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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