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돋보기]⑱ 머스크와 게이츠도 주목한 탄소포집…한국에선 R&D도 ‘찬밥’

이종현 기자 2023. 11.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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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탄소 직접 포집 기술에 전 세계 주목
미국·EU·일본은 대대적인 지원 나서며 기술 육성
한국 정부는 올해 초에 원천기술 개발 착수
R&D 예산 삭감에 1년도 안 돼 지원 축소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가 최근 주목한 첨단 기술이 있다. 바로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이다. 대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한다고 해서 DAC(Direct Air Capture·직접포집)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탄소제거기술(CDR)로도 불리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불리는 탄소저감 기술 중 하나다.

머크스는 지난 2021년 국제 비영리단체인 엑스프라이즈와 함께 DAC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1억달러(약 1300억원)의 상금을 주겠다며 대회를 열었다. 매년 1000t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 세계에서 5000개팀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87개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최종 우승팀은 2025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발표된다.

공기 중 직접포집(DAC) 기술을 실제로 활용해 이산화탄소 포집을 진행하고 있는 클레임웍스의 모습. DAC 기술은 전 세계 과학기술인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육성하고 있다./클라임웍스

머스크가 이처럼 DAC 기술에 빠진 이유는 뭘까. DAC는 다른 기후위기 대응 기술과는 개념이 다르다. 대부분의 CCUS 기술은 배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DAC는 이미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완성도만 높아진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고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다.

DAC에 빠진 건 머스크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펀드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EC)’는 4대 기후 기술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하나로 DAC를 꼽았다. 각국 정부의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인프라법을 통해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과 DAC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탄소 저감 물질 분야의 전문가인 임지순 울산대 석좌교수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IRA법이 한국에서는 반도체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사실 법안을 자세히 보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며 “기술력만 놓고 보면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이런 정부의 지원에서 차이가 생기며 기업들의 가치에서도 큰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머스크의 엑스프라이즈 대회에 출전해 본선까지 진출한 경험이 있다.

유럽연합(EU)도 100억유로 규모의 혁신기금을 통해 DAC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를 통해 2조엔의 녹색혁신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녹색혁신기금은 현재 10개 이상의 DAC 연구개발을 지원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는 DAC를 통해 6900만t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DAC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이지만 한국은 올해 초에야 주목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을 활용해 기후난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3월 DAC 원천기술개발 사업에 착수하면서다. 2개 연구과제에 2025년까지 모두 197억원을 투입해 DAC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현 기획조정실장)은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산업과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며 “파급력이 높은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에 따르면, DAC 원천기술개발 사업에 배정된 내년 예산은 47억7600만원이다. 올해 예산인 58억8000만원보다 18.8% 삭감됐다.올해 초에 과기정통부가 밝힌 사업 계획을 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 사업에는 19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 계획대로면 내년에 투입될 예산은 원래는 69억원이었는데 47억원으로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정부의 지원이 줄면서 기술개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사업은 원래는 공기 중 400ppm 수준의 희박한 농도 조건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하고 흡착 효율을 극대화하는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 공기 중 포집된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메탄이나 연료전구체 같은 물질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었다.

과학계와 환경산업계에선 정부의 지원 축소에 업계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올해 초 DAC 원천기술개발 사업이 나왔을 때도 규모가 너무 작고 후속 사업에 대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며 “DAC는 국내 기술 성숙도가 높지 않고 민간에서 투자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정부 주도의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한데 투자 규모가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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