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순의 법정 자백, 남편 사망 날짜 위조 "내가 했다"

이정환 2023. 11. 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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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영광①] '서울 송파구 석촌동 1-○번지' 매각 그 후 벌어진 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매우 영광스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영광스러운 자리의 배경에 김 여사 가족의 부 축적과 관련 숱한 의혹이 존재한다. 지난 11월 16일 대법원은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 대해 징역1년을 확정했다. 2013년 성남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4회에 걸쳐 총 350억 가량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김건희 일가의 부 축적 과정을 최대한 기록에 근거해 살펴봤다. 부동산등기부 328부, 법인등기부 88부, 김 여사 일가와 법적 공방 중인 정대택씨가 수집한 진술서, 판결문, 공소장 등 3105페이지 분량의 관련 기록을 분석했다.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를 중심으로 그 가족의 과거를 들여다본다. <편집자말>

[이정환, 이주연, 정혜원 기자]

 과거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했던 석촌동 1-○번지 현재 모습. 사진에서 보이는 도로를 건너면 석촌호수 산책로에 진입할 수 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강남 모든 부동산들이 매일 전화하고 우편물을 보낼만한 곳"이라며 현재도 부동산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 이정환
 
'서울 송파구 석촌동 1-○번지.'

서울 잠실 석촌 호수를 감싸듯 서 있는 건물 중에는 현대레이크빌이나 대우레이크월드가 있다. 이른바 노른자위 건물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1-○번지 역시 그랬다. 그 땅을 뒤로 하고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석촌 호수 산책로에 들어설 수 있다. 잠실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그 땅에는 9층 짜리 △△빌딩이 있다. 건물관리인은 "건물 매각 의사를 묻는 전화가 자주 온다. 왔다가 그냥 가는 사람도 많다"면서 "250억 원에도 안 파는 건물"이라고 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250억 원은 과한 금액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일반 3종(3종 일반 주거지역, 층고 제한이 없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 기자 주)으로 용적률이나 건폐율이 좋은 땅"이라며 "아마도 강남 모든 부동산들이 매일 전화하고 우편물을 보낼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는 석촌동 1-○번지 폐쇄등기부에는 뜻밖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광섭, 김건희 여사 아버지다.

김광섭씨는 석촌동 1-○번지 토지를 '구획정리환지'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난다. '환지'는 도시개발 사업과정에서 시행자가 종전 토지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토지 소유주에게 이전해주는 것을 뜻한다. 김씨가 원래 갖고 있던 부동산은 석촌동 80번지였다. 등기부상 석촌동 1-○번지와의 환지 날짜는 1987년 10월 30일.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씨는 1987년 9월 24일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번지 환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누군가 사망한 김씨 명의로 그 역할을 했다는 뜻이 된다. 가족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김씨 사망 당시 그의 자식들은 모두 미성년자였으니 한 사람만 남는다.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다.

최은순 "약초 뜯어 말려 팔아가면서 근근히..."
 
 2022년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해 요양병원 불법개설 요양급여 수급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 최주혜

최은순, 1946년 6월 28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원래는 3남 2녀였지만 최씨 형제 중 두 번째로 태어났던 그의 언니는 출생 한 달만에 사망했다.

어린 시절 최씨의 가정 형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최씨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음은 정대택씨와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스포츠센터 이권 분쟁 과정에서 과거 최씨가 제출한 진정서 내용 중 일부다.

"별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약초를 뜯어 말려 팔아가면서 근근히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불우한 학생을 가르친다는 직업소년학교를 알려 주시길래 그곳을 찾아가 보호소 원장님께 가정 형편을 말씀드리고 사정하였습니다... (중략) 그 후 저는 양재기술을 배웠고 다행히도 성적이 좋은 관계로 원장님은 저를 서대문 노라노 양재학원엘 야간으로 보내주시면서..." (2004년 진정서)

그 후 최씨는 양장점에 취업해 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직접 양장점을 운영하다가 김광섭씨와 만나게 됐고 23세였던 1969년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김씨와 최씨 사이에서 1974년까지 네 자녀가 태어났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1987년 9월 24일, 최씨는 남편을 잃는다. 당시 상황을 최씨는 이렇게 회상한다.

"저는 41살의 너무 어린 나이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4남매를 둔 엄마로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고 심지어는 가정방문 판매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2004년 진정서)

"17년 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젊은 나이에 박봉의 공무원이었던 남편을 졸지에 여의고 어린 4남매를 부둥켜안고 가난과 절망으로 인해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2004년 탄원서)

"가난과 절망으로 눈물"... 탄원서에 담긴 '거짓'
 
 정대택씨와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스포츠센터 이권 분쟁 과정에서 과거 최은순씨가 제출한 탄원서 일부.
ⓒ 정대택 제공
 
가난과 절망. 

젊은 나이에 남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이들 가족의 절망이 오죽했을까. 하지만, 가난으로 인한 절망의 경우는 이들 가족과 제법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꽤 많은 정황들이 최씨 가족 관련 부동산등기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씨는 남편 사망 전부터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1986년 3월 25일. 최씨가 충남 당진시 송산면 당산리 일대 3필지를 공동 매입한 시점이다. 같은 해 11월 19일, 최씨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모 아파트를 매입한다. 당시로서는 거액인 3900만 원 근저당 기록 역시 최씨 본인 명의로 나타난다. 또한 최씨가 작은 아버지 명의로 충남 당진시 교로리 필지를 매입한 시점(1987년 2월 28일) 역시 남편 사망 전이다.

김씨가 사망 후 남긴 부동산 재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씨와 그의 가족들이 1987년 11월 24일 협의 분할로 상속받은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 12개 필지 규모는 2만 2663㎡에 이른다. 여기에 앞서 매입한 충남 당진 일대 필지 최씨 소유 지분(7195㎡)을 더하면 남편 사망 직후 김건희 여사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은 2만 9858㎡로 축구장(7100㎡) 4개 규모였다. 

결국 정씨와의 분쟁 과정에서 제출한 탄원서에 담겨 있는 "어린 4남매를 부둥켜안고 가난과 절망으로 인해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이란 글은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다. 더군다나 최씨는 든든한 자산이 또 있었다. 앞서 소개했던 서울 송파구 석촌동 1-○번지 땅이다. 

그 땅 때문에... 최은순의 자백 "내가 위조"
 
 석촌동 1-○번지 폐쇄등기부. 김 여사 아버지, 김광섭씨가 구획정리환지를 통해 1987년 10월 30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김씨는 그로부터 36일 전인 9월 24일 사망했다.
ⓒ 이정환
 
석촌동 1-○번지 및 양평군 병산리 12개 필지 등기부, 그리고 김광섭씨 사망진단서와 말소자등본 등에 나타나는 1987년 주요 '타임라인'은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09월 24일] 김광섭씨가 사망했다. 

[10월 30일] 김씨 사망 36일째, 김씨 명의로 석촌동 1-○번지 환지 매입이 완료됐다.

[11월 24일] 사망 62일째, 김씨에 대한 사망신고가 이뤄졌다. 김씨의 말소자등본상 전입일(사망일)로 이날 최씨 가족들은 양평군 병산리 12개 필지를 분할 상속받았다.

[12월 10일] 김씨 주민등록 말소 날짜다.

[12월 14일] 사망 82일째, 석촌동 1-○번지 등기부상 김씨 주소지가 주민등록등본(말소자등본) 주소지로 변경 등록됐다. 그리고 이날 김씨 명의로 석촌동 1-○번지가 팔렸다. 일본 국적 ○○○씨가 매입했다.

양평군 병산리 땅들의 경우는 사망신고 당일 상속이 이뤄졌다. 반면 석촌동 1-○번지의 경우는 이런 기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김씨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에서 토지 매매까지 완료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상속세 탈루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그런데, 이에 대해 최은순씨는 과거 정대택씨와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2016년 5월 30일 공판에서다. 당시 정씨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에게 먼저 'A씨를 남편이 살아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씨는 인정하면서 "A는 제가 하는 업소에 일을 봐주고 월급 받아 가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사망진단서를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변호인 : "증인과 A는 1987년 9월 24일에 남편이 사망하자 증인 남편 명의로 된 부동산을 급매 처분하고 사망진단서를 위조하여 사망신고를 해태한 후 국세와 지방세를 탈세한 사실이 있는가요."

최은순 : "그것은 A가 그렇게 하라고 그래서 제가 해놨는데, 이 사건하고 그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 지금 29년이 됐는데 그것을 지금에 와서 물어봅니까. 우리 남편 제가 42살에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또 화나게 하시는구만요. 우리 자식 넷을 두고요. 국민학교, 중학교 걔네들 넷 두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놨다"는 발언, 사망진단서 위조 등이 본인의 행위라고 법정에서 시인한 것이다.

석촌동 토지 매각 그 후, 2년 간 축구장 7개 규모 필지 매입
 
 석촌 호수 인근 지역도. 과거 최은순씨는 석촌호수 근처에서 포장마차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촌 호수를 중심으로 장미아파트(북서쪽), 잠실대우레이크월드아파트(북쪽) 등에서 최씨가 거주했던 기록이 나타난다. 석촌동 1-○번지는 사진 하단 원표시.
ⓒ 이정환
     
'거짓'을 저지른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탈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촌동 1-○번지 토지가 8억 4000만 원에 매각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있다"고 밝혔다. 토지 매각대금은 그 후, 또 다른 부동산 투자의 종잣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김광섭씨 사망 후 1989년까지 최씨의 부동산 매입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1988년 01월 01일] 최씨는 충남 당진시 송악읍 영천리 산 61-8(5454㎡) 필지 매입. 

[1988년 06월 30일] 최씨는 강원도 동해시 이로동 산321(1만6562㎡)과 산366(2만4794㎡) 필지 매입. 

[1989년 12월 28일] 최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490-5(1769㎡)와 511-7(721㎡) 필지 매입. 

김씨 사후에 최씨 명의로 매입된 이들 필지 면적만 합산해도 4만 9300㎡로 축구장 7개 규모다. 여기에 김씨 사망 전 매입 토지와 상속 토지 등을 더하면 김건희 여사 일가는 김씨 사후 2년 여 만에 축구장 11개를 넘는 방대한 규모의 부동산을 이미 소유한 것이 된다. 
 
최은순은 왜 고인의 사망 신고 늦게 했나
"상속세 절세? 그보다는 토지 장기보유 세금 혜택 노린 듯"
2022년 2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광섭씨의 사망 날짜 위조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상속세 포탈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김씨가 사망 당시 보유하고 있던 석촌동 토지가 8억 4000만 원에 매각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있다"며 "최은순씨가 정상적으로 사망신고를 하고 토지를 상속받았을 경우 4억 원대 상속세를 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의힘 측은 거짓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논평을 통해 "부동산을 매각하면 매각대금이 입금된다. 부동산으로 보유하나 예금으로 보유하나 상속세에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부동산 전문 A변호사와 B세무사 등에게 석촌동 1-○번지 폐쇄등기부 등을 제공하며 의견을 구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 측 반박에 일리가 있다고 전했다. 

A변호사는 "상속세 절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보다는 양도소득세를 줄이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5년 정도 해당 부동산을 보유했으니 장기 보유 세금 혜택이 있었을 것"이라며 "상속을 받은 상태로 토지를 팔았을 때보다 김씨가 사망하지 않은 상태로 파는 것이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우 머리를 많이 쓴 탈세"라고도 덧붙였다.

B세무사 역시 "상속세 쪽으로는 가능성이 낮다"면서 "6개월 이상 사망신고를 미뤘다면 의심해 볼 여지가 있겠지만, 2개월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상속세는 법적으로 6개월 이상 사망신고가 늦어질 경우 가산세가 붙는다. 

그러면서 B세무사는 "두 달 사이에 양도소득세가 급격히 차이가 날 정도로 시세 변동이 있었을 확률이 높지 않은 만큼, 그쪽보다는 환지 매입 과정에서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고인의 사망 신고를 늦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족의 영광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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