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앨런, UFC 최고 백초크 달인은 바로 나
[김종수 기자]
▲ 폴 크레이그에게 펀치공격을 시도하는 브렌던 앨런(사진 오른쪽)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리어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 유도와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기술 중 하나로 유도에서는 '맨손조르기', 주짓수에서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 외에 '백초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대의 등 뒤에서 팔을 이용해 경동맥을 졸라 뇌 쪽으로 전해지는 피를 차단시켜 항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백 마운트 포지션을 완전히 점령한 상태에서 기술이 들어가는 경우 상대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 반칙을 쓴다해도 쉽지 않을 정도다. 뒤를 제압당했다는 자체로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하물며 그 상황에서 목까지 내주며 제대로 기술이 들어가게 되면 온몸의 힘이 빠져버리게 되어 반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인해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서브미션 레퍼토리 중 하나다. 주짓떼로나 레슬러 등 그래플러는 물론 스트라이커 유형의 선수들도 상대에게 타격으로 충격을 준후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마무리를 할 정도다. 아무리 상대가 충격을 입었어도 타격전에서는 불의의 한방이라는 위험요소가 있지만 리어네이키드 초크는 좀 더 안정적으로 승부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주짓수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쉬이 구사할 정도로 흔한 테크닉이 되었지만 그만큼 노출도 많이 되어 방어법도 늘어난 이유가 크다. 일단 백포지션을 허용하지 않거나 설령 그런 상황이 와도 연계되는 동작을 최대한 막아내 완벽하게 기술이 들어가는 것을 방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브렌던 앨런(27·미국)의 퍼포먼스는 격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UFC 초유의 4연속 리어네이키드 초크 서브미션승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기록을 써냈기 때문이다. 미들급 랭킹 10위 앨런은 19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앨런 vs. 크레이그' 메인 이벤트에서 13위 폴 크레이그(35·미국)에게 3라운드 38초 리어네이키드 초크 서브미션승을 거뒀다.
타격과 그래플링 양쪽에서 앞선 일방적 승리였다. 1라운드 그라운드 공방전에서 우위를 점한 앨런은 2라운드가 시작되기 무섭게 묵직한 오른손 펀치 정타를 명중시키며 크레이그의 다리를 풀리게 만들었다. 크레이그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으나 역으로 하위 포지션에 깔려 남은 시간 내내 팔꿈치 파운딩의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다.
앨런의 맹공은 멈추지 않았다. 3라운드 시작 직후 왼손 보디훅-왼손 훅-오른손 훅 콤보로 크레이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앞으로 쓰러지던 크레이그에게 길로틴 초크 그립을 잡았다가 백포지션으로 이동해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통해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크레이그는 변변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전성기가 꺾였다는 혹평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UFC에서 같은 서브미션 기술로만 4연승을 거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데미안 마이아(5회)가 최다 연속 서브미션 승리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기술들이 섞여 있다. 6연승을 기록한 앨런은 경기 전 예고한 대로 UFC 미들급(83.9kg)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을 요구했다.
앨런은 "이번 승리를 통해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연승을 이어오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내 힘으로 이것을 얻어냈다. UFC가 내게 붙인 모든 상대를 피니시했다. 다음 상대로 누구를 제시하든 상관없다. 로버트 휘태커, 재러드 캐노니어, 함잣 치마예프, 누구든 상관없다. 나는 단지 싸우고 싶을 뿐이다"는 말로 내면의 외침을 토해냈다.
승리 후 발언처럼 앨런은 자신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하지만 바램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데이나 화이트(54·미국) UFC 최고경영자(CEO)는 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36·나이지리아)을 이긴 함잣 치마예프(29·UAE)에게 우선적으로 타이틀 도전권을 주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장 뒤집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방적으로 경기가 끝나고 말았지만 당초에는 팽팽한 접전이 예고됐던 것이 사실이다. 둘다 주짓수 블랙벨트이면서 타격 능력까지 상당했던 이유가 크다. 13살부터 주짓수를 배운 앨런은 일찍부터 리어네이키드 초크 달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이날 경기전까지 UFC에서만 해당 기술로 5번의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크레이그 또한 주짓수로 격투계에 입문한 케이스다. 하위 포지션에서 다리로 목을 잠그는 트라이앵글 초크가 주특기다. 주짓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에도 드물게 하위에서 피니시를 만들어내는 선수로 관심을 받았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93kg) 챔피언 자마할 힐(32·미국)을 상대로도 하위에서 어깨를 뽑아 TKO로 잡아낸 적이 있다.
이번 맞대결 결과로 인해 양 선수의 향후 행보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게 됐다. 미들급으로 체급을 내려 안드레 무니즈(33·브라질)에게 인상적인 승리를 거둔 크레이그는 미들급의 새 바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경기를 통해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렸다. 반면 앨런은 확실하게 실력을 입증한지라 당장 타이틀 도전자 자격을 얻지 못하더라도 1~2경기 내에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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