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경기' 정우람, 플레잉 코치로 천천히 찍는 마침표
차승윤 2023. 11. 20. 08:32
한화 이글스 정우람(38)이 마지막을 준비한다. 아직 끝은 아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조금 천천히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한화 구단은 "정우람이 플레잉 코치로 2024시즌을 맞이한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선수로 은퇴하는 건 아니지만, 선수 자격을 남겨둔 채 지도자 역할을 병행하게 된다. 한화는 올 시즌 주장이었던 정우람의 성실함과 평판, 후배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정우람은 한화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레전드' 반열에 든 이다. 지난 2004년 데뷔해 1004경기에 출장했다. KBO리그 투수 역대 최다 경기 기록이자 일본과 대만을 포함해도 단일 프로리그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이다. 통산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구대성, 김용수 등 레전드 마무리 투수들에 버금가는 족적을 남겼다.
정우람의 커리어를 떠올리면 그의 롱런은 놀랍기만 하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팀의 세 차례 통합 우승, 6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2010년(102이닝) 2011년(94와 3분의 1이닝) 투구 이닝이 많아 혹사 논란에 휘말렸다. 부상과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그는 꺾이지 않았다. 팬들은 '대체 정우람은 언제 고장 나나'라는 찬사 섞인 농담을 던졌다.
프로 20년 차인 올해 정우람의 평균자책점은 5.36에 불과하다. 최근 3년 부상과 부진이 찾아왔다. 연투도 쉽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졌다. 비로소 '고장'이 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우람은 정우람이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았던 그는 리더로 한화에 필요한 몫을 해냈다. 보고 배울 선배가 많지 않았던 한화는 투수에서 정우람, 타자에서 채은성이라는 든든한 두 축과 함께 올 시즌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정우람은 롱런의 비결에 대해 "많이 인내했다"고 했다. 그는 "잘할 때는 겸손해야 했고, 더 잘하려고 했다. 못할 때는 잘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참아내고자 했다. 좋은 지도자, 선후배들과 야구를 같이 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겸손한 마음으로 마운드 위에서 기량을 철저하게 발휘하려고 했기에 출장 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투수로서 마지막이 보이지만, 정우람의 엔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정우람은 플레잉 코치를 수락한 데 대해 "팀의 방향에 있어 내가 우선순위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단 몇 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충남 홍성에서 만난 정우람에게 플레잉 코치 선택에 대해 조금 더 물었다. 정우람은 "선수로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찌 보면 그것도 하나의 고집인 것 같았다. 팀의 방향, 내 몸 상태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구단이 제의해줘 결정했다"고 했다.
지도자 첫걸음은 잔류군 코치로 시작한다. 그는 "내 어깨 관리는 철저히 하면서도 선배로서, 코치로서 역할을 해내고 싶다"며 "잔류군에서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맞춤형으로 소통하겠다. 후배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고, 그 부분을 함께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다만 몸 상태가 핵심이다. 정우람은 "내년 봄까지 지켜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몸을 만들어 보면서 도전해 볼 수 있는 몸 상태가 되는지 보겠다. 다시 쉬고 몸을 만들어 가면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후배들이 잘해서 내 자리가 없다면 은퇴 결정도 내릴 수 있다. 몸이 괜찮으면 연습 경기에서나 던지면서 감각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우람은 "아직은 1군 마운드에서 팬 여러분을 뵙는 게 목표"라며 "내년 시즌 단 한 번이라도 꼭 1군에서 뵐 수 있도록 스스로 긴장감을 느끼고 준비하겠다. 그때까지 팬 여러분께서는 날 '선수 정우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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