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지 않은 야구대표팀…"더 좋은 성적 내겠다" 다짐했다 [APBC]
(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어느 종목이든 스포츠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그래도 이번엔 좌절보다 희망이 더 컸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에서 일본에 3-4로 패배했다.
한국은 2017년 APBC 1회 대회 당시 일본에 두 차례 패배했다. 예선에서는 7-8 1점 차로, 결승에서는 0-7로 크게 졌다. 한일 양국의 실력 차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게 경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 사이 6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러 국제대회에서 쓴맛을 맛본 한국은 세대교체를 위한 움직임을 취하기 시작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에 발탁된 여러 젊은 선수들이 APBC에서도 주축 멤버가 됐다.
무엇보다도, 아시안게임을 통해 얻은 금메달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한껏 올라간 상태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소속팀이 다른 만큼 각자 정규시즌을 마친 날짜가 다를 수밖에 없었지만, 이달 초 대구에서 모인 선수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었다.
준비 과정도 철저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BO 포스트시즌 일정이나 부상, 컨디션 저하에 따른 선수 교체 등을 대비해 최종 엔트리와 별개로 예비 엔트리까지 구성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한국시리즈를 치른 LG, KT 소속 선수들을 전원 교체키로 하면서 신민혁(NC), 조병현(SSG), 나승엽(롯데), 문현빈(한화)까지 대구에서 훈련 중이었던 예비 엔트리 인원 4명이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병헌(두산), 허인서(한화), 한태양, 김태경(이상 상무)은 대회 출전 여부에 관계없이 선수단과 일본 일정까지 동행했다. 실제로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국제무대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KBO의 생각이었다. 향후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방식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흘간 치러진 대회는 18일 대만전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두 차례의 맞대결을 모두 1점 차로 끝냈다. 물론 이겼다면 더 좋았지만, 일방적인 경기를 하지 않고 상대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시상식 이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대회를 통해 성장한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선발투수 곽빈(두산)은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후회는 없다"고 밝혔고, 주장 김혜성(키움)은 "후배들이 잘하는 걸 봤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후배들에게, 또 경기를 뛰지 못했던 예비 엔트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4번타자 계보를 이어가야 하는 노시환은 "지긴 했지만, 대등하게 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 좋아서 같이 경기하면서도 배울 점이 많았고, 많은 걸 느꼈다.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충분히 우리 팀이 경쟁력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뒤늦게 타구질이 좋아진 외야수 최지훈(SSG)은 "다들 아까운데,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시원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밝았다. 서로 고생했다고 보듬어주면서 마무리한 것 같다"며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후배들에게 잘했다고 해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올해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향후 2024 프리미어12,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계속되는 국제대회에서도 대표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만큼 책임감도, 부담감도 크다.
노시환은 "어렸을 때부터 쭉 봐왔던 대표팀은 일본이나 미국이나 어떤 강팀을 만나더라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게 한국 야구였다"며 "이번에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어린 선수들로 팀이 꾸려졌고,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세대교체가 잘 이뤄져서 내년 대표팀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사진=KB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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