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 합심] 원팀이란 무엇인가

안희수 2023. 11.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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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넘어 정치, 사회, 경제 각 영역에서 주로 리더들이 원팀을 말한다. 정작 그 하나(one)가 무엇인지 대부분 모호하다. 넘쳐나는 원팀 스토리가 혹시 ‘답정너’ 아닌지 살필 때다. 사진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으로, 칼럼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같은 팀 유니폼을 입는 선수 A와 B는 상극입니다. 연차는 비슷한데 개성과 스타일이 크게 다릅니다.

두 사람 모두 정상급 실력을 가졌습니다. 포지션이 달라 직접 경쟁하는 상대는 아닙니다. A는 크게 말이 없지만 두루 동료를 챙깁니다. 그렇다고 보이는 곳에서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B는 표현이 서툰 편입니다. 주위 동료나 후배들이 그를 어려워 하고,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일은 확실지만 B는 불편한 걸 못참고 투덜거립니다. A가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둘은 더 서먹해 졌습니다. 경기 때를 제외하고 말을 나누는 걸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즌 중이었습니다. 동료들의 부상과 부진, 상대팀 추격으로 우리 팀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코치진에서 B의 복귀를 검토했습니다. B는 계약 이슈로 시즌을 늦게 시작해 팀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팀이 잘 돌아갈 때 그의 자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코치진은 팀 워크를 고민합니다. A를 불러 의견을 물었습니다. A는 “팀에서 필요하다면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선수들에게 설명하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뒤 돌아온 B는 어색해 하는듯 했으나 동료들 앞에 섰습니다. “잘 해보자”고 짧게 말합니다. B의 복귀를 A가 도운 격이지만 둘은 여전히 데면데면했습니다.

팀워크가 변곡점을 지나던 순간으로 그때를 저는 기억합니다. 다른 여러 요인도 많았으나 그때의 상황이 시즌 판도를 상승세로 바꾸는 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를 돌아보며 두 가지 포인트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팀을 함부로 흔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A와 B의 실력을 단지 숫자로 바꿔 팀 전력을 구성한다면 바로 기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빈자리를 기다리기 앞서 만들어서라도 말이죠. 실력만 보면 보탬이 되니까요.

그러나 사람은 기계 부속품이 아니기에 그냥 꽂아 쓸 수 없습니다. A와 B, 둘 관계 이상으로 전체 동료와의 조화도 고려한 코치진의 판단이 사려 깊었습니다. B를 바로 올릴 수도 있지만 한 템포 늦춥니다. A에게 묻습니다. 고민을 나눌 파트너로 A를 인정해 줍니다. 팀 구성원들도, B도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한마디라도 B가 진심을 내보이게 나선 것도 스태프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하나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곱씹어 볼 부분입니다. 다른 개성과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둡니다. 강제로 악수를 하게 하지도, 없는 말로 화해시키지도 않았습니다. 팀 승리와 챔피언이란 목표 아래 스스로 판단하게 유도합니다. A에게도 B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팀에서 어떤 역할인지 일깨워 주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약간 불편할 수 있어도 그건 스타일입니다.

원팀은 무엇일까요. 요즘 정치권이나 일반 회사 등에서도 원팀이란 말, 참 많이 씁니다. 그런데 영어로 원팀(one team)을 검색해 보면 우리처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 출신으로, 연합뉴스에서 오랫동안 영문 스포츠 뉴스를 다루는 유지호 기자는 “한국 스포츠팀에서 지도자들이 원팀이란 용어를 쓰면 그걸 영어로 바로 옮기지 않아요. ‘우리 모두 같은 생각, 같은 편이에요’ 같은 영어식 표현(we are on the same page)으로 풀어 씁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스포츠계에 있는 어떤 분은 “원팀? 그거 솔직히 감독이 원하는 팀의 줄임말 아닌가요”라고 농담을 던지네요. 조크이긴 한데 마냥 웃기지만은 않죠. 사실 원팀이란 말을 세상에서 누가 많이 쓰는지 볼까요. 결정권자의 용어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 

팀의 의미를 잘 이해하면 되는데, 원팀까지 꼭 필요한지 생각해 봅니다. 팀으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공통의 목적, 공동의 목표를 향하는 것 아닌가요. 팀 안에서 개인은 양보와 배려, 어쩔 때는 희생도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하나’까지 되라고 더 요구하면 솔직히 숨 막힐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결국은 ‘답정너’가 되는 것인가요.

조금은 느슨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멤버끼리도 경쟁하지만 함께라면 무엇을 할지 아는 것이 팀입니다. 좋은 팀, 강한 팀, 지속가능한 위대한 팀은 그렇게 만들어 집니다. 제대로 팀을 만드는 게 사실 더 어렵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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