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점 뺏기고 당황했던 일본 언론, 선발투수 부진은 예상 못했다 [APBC]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우리보다 강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일본과 대등하게 싸웠지만 정상 등극에는 한 뼘이 모자랐다. 다만 우려했던 상대 선발투수 공략은 성공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23 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3-4로 졌다. 지난 17일 예선전 1-2 석패에 이어 또 한 번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했다. 

게임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결승전에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2루수)-김도영(KIA 타이거즈·3루수)-윤동희(롯데 자이언츠·우익수)-노시환(한화 이글스·1루수)-김휘집(키움 히어로즈·지명타자)-김주원(NC 다이노스·유격수)-김형준(NC 다이노스·포수)-문현빈(한화 이글스·좌익수)-최지훈(SSG 랜더스·중견수)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선발투수는 곽빈(두산 베어스)이 출격했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투수 이마이 타츠야를 상대로 선전했다. 1회초 2사 후 윤동희가 우전 안타를 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출루가 이뤄졌다. 노시환이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득점은 실패했지만 이마이를 상대로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은 2회초에도 2사 후 김형준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낸 뒤 곧바로 문현빈의 좌전 안타로 2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최지훈의 잘 맞은 타구가 일본 좌익수 정면으로 향한 게 아쉬웠다. 

기다리던 득점은 3회초에 나왔다. 선두타자 김혜성이 제구가 흔들리는 이마이에게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도영의 희생 번트 때 일본 1루수의 포구 실책으로 무사 1·2루 기회가 중심 타선 앞에 차려졌다.

한국은 이 찬스를 살려냈다. 윤동희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번타자 노시환이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이마이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쳐냈다. 2루 주자 김혜성은 물론 발 빠른 1루 주자 김도영까지 2루와 3루를 거쳐 홈 플레이트를 밟아 스코어는 2-0이 됐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선취점을 뺏기는 순간이었다.

일본 매체 '마이니치 신문'은 결승전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사무라이 재팬의 선발투수 이마이가 압박감 속에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며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중압감이 있었는지 선수들에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딱딱함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선발투수 이마이는 1회초 선두타자에게 초구부터 153km짜리 직구를 던졌다"며 "하지만 제구 난조 속에 3회초 2타점 2루타를 맞고 4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강판됐다. 고교 시절 팀을 여름 고시엔 우승으로 이끌었고 U-18(18세 이하) 아시아 선수권 우승에도 공헌한 투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부담감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베이스볼킹'도 "사무라이 재팬은 APBC 예선 3경깅에서는 모두 선취 득점을 성공했지만 결승에서는 처음으로 먼저 실점했다"며 "대만전 아카호시, 한국전 스미다, 호주전 하야카와까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무실점 투구를 했지만 이마이가 첫 실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마이가 야수들의 실책 속에 4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억울하게 강판됐다"며 "3회초 1루수 실책으로 무사 1·2루가 됐고 한국 4번타자 노시환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리면서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고 돌아봤다.

이마이는 결승전에서 4회까지 20명의 타자를 상대로 77구를 뿌렸고 최고구속은 156km였다. 세이부 라이온즈 소속으로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NPB) 정규리그 19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133이닝을 던지면서 130개의 탈삼진을 잡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11에 불과할 정도로 빼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파이어볼러는 한국전에서 패전 투수가 될 뻔했다. 

그러나 한국은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곽빈이 5회말 일본 4번타자 마키에게 솔로 홈런, 6회말 최승용(두산 베어스)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내줘 2-2 동점이 됐다.

연장 승부치기에서는 10회초 2사 3루에서 터진 윤동희의 1타점 적시타로 3-2로 다시 앞서갔지만 10회말 수비에서 일본 타선 봉쇄에 실패했다. 정해영(KIA 타이거즈) 1사 만루에서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내주면서 3-4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야구는 비록 우승은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 내내 최강의 전력을 뽐내던 일본과 대등하게 싸운 것은 수확이다. 투수진의 문동주, 곽빈, 최지민, 최승용, 원태인을 비롯해 야수는 노시환, 김혜성, 김도영, 윤동희 등이 향후 대표팀의 주축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값진 경험을 쌓았다.

내년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입증했고 일본을 긴장하게 만드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국시리즈가 지난 7일까지 진행된 탓에 LG 트윈스, KT 위즈 소속 선수들의 합류가 불발되며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류중일호의 2023 APBC 여정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한편 야구대표팀은 20일 오후 KE2102 항공편으로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