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암표 극성…칼바람 속 광화문 1.5만명, 페이커가 달궜다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이른 오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1만8000명이 앉을 수 있는 관중석은 일찌감치 가득 들어찼다. 비슷한 시각, 서울 광화문광장도 후끈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지만, 약 1만5000명의 열성팬들은 대형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각자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e스포츠의 대명사로 통하는 롤드컵은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2021년 결승전은 최다 동시 시청자가 무려 7400만 명으로 집계됐고, 8강과 4강 등 토너먼트 역시 경기당 수백만 명이 동시 접속한다. 올해 대회는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한국을 대표하는 T1과 중국의 강호인 WBG가 결승전에서 맞붙는 라이벌전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1만8000장의 입장권이 예매 시작과 함께 매진되면서 암표 거래도 극성을 부렸다. 정가 8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티어8 좌석은 암표 가격이 10배 이상까지 올라갔고, 24만5000원의 티어1도 최대 300만원 수준으로 호가가 형성됐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광화문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주최 측인 라이엇게임즈는 이날 거리 응원전을 기획했는데 e스포츠 대회 관전을 위해 광화문광장 사용이 허가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딜런 자데자 라이엇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선수와 팬들이 아니었다면 e스포츠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글로벌 현상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업계에선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전이 침체한 분위기를 반등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대회 4강까지 라이엇게임즈 내부에서 잠정 집계한 시청률(최고 동시접속자 수 기준)은 지난해 대회보다 65% 증가했다. 올해 롤드컵의 시청자 수(누적 접속자 수 기준)가 처음으로 4억 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국가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한국(2억7440만 달러)이 미국(8억7100만 달러)과 중국(4억452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올해 롤드컵 흥행을 계기로 코로나19 등으로 침체한 다른 국내 e스포츠 리그도 반등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기 걸그룹인 뉴진스가 롤드컵 주제곡인 ‘GODS’를 부르며 시작한 이날 결승전에선 T1이 WBG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너’ 문현준과 ’제우스’ 최우제가 1세트를 지배했고, ‘페이커 ’ 이상혁이 3세트에서 이름값을 해내면서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 정상을 밟았던 T1은 이로써 역대 최다 우승팀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T1의 역사를 함께한 이상혁(페이커)은 롤드컵 최초로 4회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 기본 상금은 222만5000달러(약 29억원)다. 총상금은 이 기본 상금과 롤드컵 기념 디지털 상품 판매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더해 결정된다. 우승팀은 총상금의 20%를, 준우승팀은 15%를 가져간다.
고봉준·윤상언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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