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아쉬움 도쿄돔서 날렸다! 곽빈, 결승 한일전 5이닝 1실점+KKKKKK 호투 [APBC]

유준상 기자 2023. 11. 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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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결승전, 그것도 한일전 선발이었다.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도쿄돔 마운드에 오른 곽빈이 일본의 강타선을 상대로 날카로운 구위를 뽐내며 기대에 부응하는 피칭을 선보였다.

곽빈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의 라인업은 김혜성(키움 히어로즈·2루수)-김도영(KIA 타이거즈·3루수)-윤동희(롯데 자이언츠·우익수)-노시환(한화 이글스·1루수)-김휘집(키움 히어로즈·지명타자)-김주원(NC 다이노스·유격수)-김형준(NC 다이노스·포수)-문현빈(한화 이글스·좌익수)-최지훈(SSG 랜더스·중견수) 순으로, 직전 경기에서 9번 타순에 배치된 김주원이 6번으로 올라갔다. 좌익수는 박승규(상무)가 아닌 문현빈의 몫이었다.

일본은 후지와라 교타(지명타자)-고즈노 카이토(유격수)-모리시타 쇼타(좌익수)-마키 슈고(1루수)-사카쿠라 쇼고(포수)-만나미 츄세이(우익수)-가도와키 마코토(2루수)-사토 테루아키(3루수)-오카바야시 유키(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이틀 전과 비교했을 때 리드오프였던 오카바야시가 9번으로 내려갔고, 사카쿠라가 중심타선에 배치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은 예선 첫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문동주를 시작으로 일본전 이의리, 대만전 원태인까지 세 장의 선발 카드를 소진했다. 이제 남은 선발투수는 곽빈 단 한 명뿐이었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이 일본과 결승전에 앞서 지난 16일 호주전에 선발등판했던 문동주의 일본전 등판은 없다고 못 박은 가운데 곽빈이 어떤 투구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곽빈은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 127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이후 안정감을 찾은 곽빈은 시즌 내내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한 축을 지키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다만 올해 대표팀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2경기 2이닝 평균자책점 13.50으로 부진했다.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서는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중국 입국 후 갑작스러운 담 증세를 호소하면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이 대만을 꺾고 대회 4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곽빈은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곽빈 역시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으로 일본과의 결승전 선발등판을 준비했다. 곽빈은 지난 18일 대만전 종료 후 한국의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지금 팀 분위기도 좋기 때문에 많이 부담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 또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선을 다해 던질 생각이다. 일본으로 넘어온 뒤 투구했을 땐 정말 느낌이 좋았는데, (실전은) 그것과 별개니까 한번 해봐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중일 감독은 "곽빈은 우리나라 우완 에이스라고 생각한다. 항저우에서 어깨 부상 때문에 공을 던지지 못했는데, 좋은 투구를 하길 바라고 있다"며 "얼마나 이닝을 책임질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곽빈은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1회말 후지와라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2번타자 고즈노의 2루수 뜬공으로 빠르게 2사를 만들었다. 모리시타에게 첫 안타를 맞긴 했지만, 재빠르게 뛰어간 중견수 최지훈이 추가 진루를 저지했다. 곽빈은 마키와의 승부에서는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날 경기 곽빈의 첫 번째 탈삼진이었다.

2회말은 다소 험난했다. 곽빈은 선두타자 사카쿠라의 삼진 이후 후속타자 만나미에게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첫 장타 허용으로 흔들린 곽빈은 가도와키의 1루수 뜬공 이후 사토와 오카바야시의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실점은 없었다. 곽빈은 후지와라에게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이닝이었지만, 1점도 주지 않은 곽빈은 2회말 종료와 함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여기에 2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타선도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3회초 선두타자 김혜성의 볼넷 이후 김도영의 희생번트 시도 때 1루수 마키의 포구 실책으로 대표팀에게 득점권 기회가 찾아왔다. 윤동희의 삼진 이후 1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곽빈에게 힘을 실어줬다.

곽빈은 3회말 선두타자 고즈노의 안타 이후 모리시타의 3루수 땅볼과 마키의 유격수 뜬공으로 2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사카쿠라에게 볼넷을 내준 뒤에는 만나미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곽빈의 무실점 행진은 4회말에도 계속됐다. 곽빈은 선두타자 가도와키를 루킹삼진으로 처리한 데 이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사토에게도 삼진을 솎아냈다. 2사 이후 오카바야시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사 1루에서 후지와라의 삼진으로 이닝에 마침표를 찍었다. 

4이닝 동안 78구를 던진 곽빈은 한국이 2-0으로 앞선 5회말에도 마운드로 향했다. 선두타자 고즈노의 타구가 유격수 김휘집에 걸리면서 직선타가 됐다. 수비의 도움을 받은 곽빈은 곧바로 3번타자 모리시타의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본 4번타자 마키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곽빈의 실투를 놓치지 않은 마키의 집중력과 파워가 돋보였다. 스코어는 2-1로 좁혀졌고 곽빈도 이날 경기 첫 실점을 기록했다.

곽빈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2사에서 사카쿠라를 2루수 뜬공으로 솎아내고 일본의 5회말 공격을 종료시켰다. 첫 실점 속에서도 투구수를 최소화했다. 팀이 2-1로 앞선 6회말 최승용(두산 베어스)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곽빈은 매 이닝 주자가 출루하는 고비 속에서 단 한 개의 적시타도 내주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더 집중했고 한국이 APBC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비록 6회말 최승용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곽빈의 승리투수 요건은 사라졌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곽빈과 한국 야구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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