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나몰라라... '독도 지키기' 나선 BTS 1분 영상 뭐길래

이진민 2023. 11.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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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NS 강타한 '독도는 우리 땅' 챌린지... "특정인의 권리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이진민 기자]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독도에 얽힌 모든 것을 총망라한 '독도는 우리 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래다. 그렇다고 노래 가사에 정보만 담긴 건 아니다. 제목과 가사에서 알 수 있듯, 누군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명백히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표명하는 상징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만약 '독도는 우리 땅'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다면, 독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독도는 한국 땅'을 외치게 되지 않을까?

최근 SNS를 강타하고 있는 '독도 챌린지'는 이러한 색다른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K팝 아이돌 팬덤이 '독도는 우리 땅'을 홍보하는 이른바 '독도 챌린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챌린지'란 아이돌 가수들이 곡 홍보를 위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을 겨냥해, 1분 내외의 짧은 안무를 선보이는 영상이다. 쉽고 간단한 안무를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의 기억에 남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한 곡에 맞춰 다같이 똑같은 안무를 추는 것이 핵심인데, 반대로 '독도 챌린지'는 독도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각기 다른 안무 영상에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입혀놓았다.

아이돌 팬덤이 갑자기 챌린지까지 만들며 독도 영유권 운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K-POP의 영향력이 지대해진 시대에 아티스트의 참여 의사와 무관한 '독도 챌린지'가 놓치는 건 없을까.

아이돌 팬덤, 독도 영유권 분쟁에 뛰어들다
 
 방탄소년단 독도챌린지 영상.
ⓒ 틱톡
 
'독도 챌린지'가 등장하게 된 건 최근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심상치 않은 국제적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9월 일본 정부는 독도 등 타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지역 관련 경비로 약 3억 엔(약 26억 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달 한미연합해상훈련 관련 보도자료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영 소극적인 상황이다. 2024년 독도 '홍보·학술사업' 예산안은 8억 6800만 원으로 올해 10억 원보다 1억 3200만 원 감액되었다. 일본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동북아역사재단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 20억 원에서 내년도 5억 원으로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경상북도는 2021년까지 거의 매년 개최해온 '독도수호 결의대회'를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소식에 어느 SNS 이용자가 '독도 챌린지'라도 만들어서 '독도는 우리 땅'을 홍보해야겠다며 나선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 신곡 홍보에 쓰는 마케팅 영상처럼 '독도 챌린지'를 통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겠단 발상이다. 다른 챌린지처럼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지만, 기존 챌린지와 달리 신곡이나 아이돌 그룹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독도는 우리 땅' 노래와 한국 영유권을 알리는 게 핵심이다.

이 챌린지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에는 보통의 챌린지처럼 아이돌의 안무 영상에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들려줬지만, 이후에는 아이돌끼리 장난치거나 노래하는 영상 역시 '독도는 우리 땅'의 리듬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활용하기도 한다. 즉, 정해진 형태가 있기보단 K팝 아이돌을 등장시켜 해외 팬덤 혹은 다른 국가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독도 챌린지'에는 BTS, 세븐틴, 아이브, NCT 등 대다수 K팝 아이돌 팬덤이 참여한 상태다. 이외에도 배우, 운동선수,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등장하며 챌린지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한국 팬들뿐만이 아니라 외국 팬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는 신곡 홍보와 무관한 독도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의아해하던 해외 팬들도 독도의 영유권 분쟁에 관심을 가지며 챌린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K팝 팬덤의 색다른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들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K팝 팬들도 무의식 중에 '독도는 우리 땅'을 외울 거 같다", "K팝의 영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챌린지를 신곡 홍보 말고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니 좋다"는 댓글들이 많았다. 또한 해외 팬들도 "처음 듣는 노래가 아이돌 안무 영상과 싱크로율이 맞아서 신기하다", "한국 팬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등 챌린지에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였다.

아이돌 허락 없는 '독도 챌린지', 괜찮나요?
 
 SNS에서 유행 중인 '독도는 우리 땅' 챌린지 캡쳐
ⓒ 엑스(트위터)
 
그러나 '독도 챌린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팬들은 "해당 아이돌이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간 논쟁에 왜 아이돌을 등장시키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국 국적이 아닌 다른 국가 출신 아이돌 영상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미였다. 더불어 아이돌 소속사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허가 없이 재가공하였을 때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원래의 저작물에 무언가 가미하거나 각색할 경우, 2차적 저작물로 분류된다. 만일 원저작물 기초로 새롭게 저작권이 인정될 만한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챌린지는 불특정 다수의 여러 사람이 만들고 있고 영상마다 저작물 내용이 다르기에 쉽게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초상권은 자기 의사에 반해서 자기 얼굴이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권리이기에 연예인 또한 원치 않은 영상에 본인이 등장한다면 침해 가능성은 있다. 또한 명예훼손은 의견 표명인지, 사실 적시인지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라며 "만일 독도 챌린지가 특정 연예인에 대한 허위 사실이라면 명예훼손일 수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독도 챌린지가 특정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정치적 주체로 떠오른 K팝 팬덤, 앞으로는

K팝 팬덤은 더 이상 아이돌만 바라보는 '오빠 부대'가 아니다. 그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정치적 주체로서 K팝과 팬덤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시위 때 다양한 K팝 팬덤들로 구성된 '민주팬덤연대'는 촛불 시위에 응원봉을 들고 참석하며 '소중한 빛(응원봉)으로 세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아이돌과 직접 얽힌 사회적 이슈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하이브 소속 엔하이픈이 SPC와 컬래버한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자, 팬덤은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고로 논란이 된 SPC 제품을 소비할 수 없다"며 불매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하이브는 해당 상품을 스토어 안내란에서 삭제했다.

K팝 아티스트는 물론, K팝 팬덤 또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팬덤은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 국가, 인종으로 구성되었으며 SNS와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결집 속도가 빠르다. 팬덤에 의해 K팝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건 독도 챌린지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커져가는 K-WAVE를 타고 아이돌 팬덤이 정치적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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