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 코스프레, 매년 뉴욕에 몰리는 이유
[장소영 기자]
작가 지망생이자 애니메이션 팬인 아들은 매년 뉴욕 코믹콘(Comic Con)과 애니메 뉴욕(ANIME NYC) 행사에 다녀온다.
코믹콘은 만화, 애니메이션, 미국 코믹과 일본 망가, 한국의 웹툰, 작품 관련 코스튬과 장난감, 비디오 게임, 그래픽 노블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일종의 박람회이다. 서부 샌디에이고의 인터내셔널 코믹콘이 50년 넘는 역사와 북미 최대 규모의 행사로 유명하다. 미 동부에서는 다소 늦게 (2006년) 시작한 뉴욕 코믹콘이 인터내셔널 코믹콘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참가자 수를 매년 늘려왔고, 최근에는 규모 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큰 행사가 됐다.
애니메 뉴욕은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를 모은 자리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열렸다. 올해 뉴욕 코믹콘에서 한국 웹툰 부스도 관심을 많이 받은 만큼 애니메 뉴욕에서도 뭔가 두각을 나타내길 기대했다.
▲ 애니메 NYC(ANIME NYC)가 지난 11월 17-19일 뉴욕에서 열렸다. 이른 시간부터 행사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 오성언 |
행사가 열리는 재비츠 컨벤션 센터(Javits Convention Center)에는 오픈 전부터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코스튬을 입은 팬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새 진행요원들이 질서를 잡기 시작했고, 팬들은 자연스럽게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렸다. 사실 아들이 코믹콘 행사에 간다 하여 바래다준 첫 해에는 여러모로 놀랐다. 재비츠 센터의 규모를 보아 큰 행사일 거라 짐작은 했지만 매일 인산인해를 이루며 몰려든 팬들에 적잖이 놀랐고, 사람들의 요상한 코스프레 때문에도 놀랐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말이다.
▲ 니일과 일리는 산지와 예니퍼 코스프레를 하고 포즈를 취해주었다. |
ⓒ 오성언 |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특별한 방법이랄까. 틀을 깨고 전에 돼보지 못한 캐릭터로 하루를 보내는 거죠.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캐릭터로요." - 일리
둘은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아웃핏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코스프레를 할 거라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닐의 말이 전에 없이 마음에 닿았다. 소비를 넘어 그들은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끼고,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일면을 이런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측면에서 라떼세대가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어도 좋지 않을까.
▲ 한국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나혼자만 레벨업>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좋은 위치에 홍보용 포스터가 걸렸다. 미국팬들도 상당하다. |
ⓒ 오성언 |
행사장에 입장한 아들은 조금 실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은 한국 추공 작가의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갓 오브 하이스쿨(원작 한국 작가 박용제)>, <신의 탑(Tower of God, 원작 한국 작가 SIU)>과 함께 일본과 미국에서도 인기 있는 작품이다.
뉴욕 코믹콘과 애니메 NYC에서 사람들이 우선 몰리는 곳은 작품의 선공개나 첫 상영장(World Premiere)이다. 제작진과 원작자와의 만남과 작품 관련 콘텐츠를 접하는 부스는 인지도를 올리고 팬들을 확보하는 자리가 된다. 팬들의 입소문은 무섭다.
올해 뉴욕 코믹콘의 한국 부스는 작년보다 훨씬 넓어지고 참여활동 준비가 잘 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꽤 끌었다고 한다. K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도 있다. 이번 애니메 NYC에서도 뭔가 하나정도는 두드러진 것이 있으려니 하고 아들도 내심 기대했다.
▲ 작품 관련 특별한 상품 판매와 체험 부스, 최초 상영관과 원작자 및 제작진과 팬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
ⓒ 오성언 |
▲ 애니메NYC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원작자와 제작진과의 만남이다. 프로듀서 외에도 작품에 참여한 성우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가운데가 프로듀서 이시카와 (Ishkawa) 이다. |
ⓒ 오성언 |
이틀 만에 돌아온 아들을 픽업하려는데 못 보던 초록색 밴드를 손목에 차고 있다. 첫날부터 다리를 접질려 절뚝거리는 아들을 진행요원이 보더니 장애인 신분증이 따로 없는데도 밴드를 착용해 우선 입장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한다. 장애인들도 더러 오느냐고 물어보니 "어느 곳에나 오듯 당연히 여기도 많이 오지. 줄이 따로 있을 만큼"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 많은 인파에도 몸이 불편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 진행요원과 그런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내심 부러웠다.
전에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글이 문득 떠올랐다. 한국의 유명 L콘서트홀의 자리 배치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휠체어(장애인) 석과 보호자석이 나란히 좋은 위치에 배치된 카네기홀과 다르게, 일반 관객석 맨 뒷줄에 보호자석 하나 없이 일렬로 표시된 휠체어들이라니. 장애인 단체석도 아니고. 그 배치도를 보며 쓴웃음이 났었다. 아들이 현장에서 받은 배려에 여러 생각이 오고간다.
▲ 내년에는 한국 애니메이터들과 작품들도 적극 소개되길 기대한다. 팬들은 1년을 준비하고 기다려 행사에 참여한다. 이미 한국의 웹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있다. |
ⓒ 오성언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루 만에 확 달라진 카페 풍경... 환경부 차관의 엉터리 설명
- 수능 밖 청소년, 대학 진학 않고 이렇게 잘 삽니다
- 한동훈이 가져온 이 책, 공무원 필독서가 돼야 합니다
- 딸이 던진 어리석은 질문, 돌아온 어머니의 현답
- 그 남자, 그 여자가 이별을 대하는 남다른 자세
- 최은순 징역이 전 정부 탓? 민주당 "당시 검찰이 윤석열"
- 그들은 왜 일하러 갔다 죽었나... 그 물음에 답하다
- 하태경, 윤 대통령 향해 "이준석 3대 요구 수용해야"
-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만난 초등생들... 잊지 못할 경험
- '달림이' 3449명 "백두산까지 달린다는 염원 안고 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