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도 ‘주춤’…부동산 2차 하락인가, 단기 조정인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9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고금리 기조 속에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부동산 ‘2차 하락’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 조정일지, 대세 하락할지를 두곤 전망이 엇갈렸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11월15일 기준 잠정치)가 전월 대비 -0.45%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9개월 만에 꺾였다. 실거래가지수는 표본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수치로,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준다.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매달 계속 올라 누적으로 13.4% 상승했다. 지난해 집값 하락분(-22.2%)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출시해 집값이 반등한 영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 흐름이 지난달 하락 전환했다. 정부가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을 축소하는 등 대출 규제에 나서자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집값 하락세는 근래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두드러졌는데 최근 강남에서도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59㎡는 9월만해도 21억원 이상에서 거래됐는데 지난달 18억2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한 달 새 3억원가량 떨어졌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8~10월 21억7000만원에도 거래됐는데, 이달 초 2억5000만원 내린 19억2000만원(19층)에 팔렸다.
주간 단위 조사에서도 강남구 아파트 값은 지난주 변동률이 보합(0%)으로, 지난 4월 이후 29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노·도·강 지역 집값은 2주 연속 마이너스 또는 보합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현재 시장은 단기 반등에 따른 단기 조정기로 본다”며 부동산 시장이 작년처럼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가 현실화하며 집값 급락을 불렀지만 올해는 정부의 개입 하에 비교적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내년 신생아 특례대출, 아파트 입주량 최저 등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량을 올해(3만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인 1만921가구로 추산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1분기(3월)까지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고금리가 부담스럽고, 내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탓에 선뜻 매수로 전환하기 힘든 상태”라며 “서울 외곽지역의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량이 역대 최저치란 점에서 전세시장 불안이 더 우려된다”며 “전세값이 오르며 매매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전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고금리로 투자 수요는 줄고, 매물이 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이 대표는 “집값은 매물의 양과 투자 수요, 실수요가 좌우하는데, 자체 분석결과 투자 목적으로 10년간 보유했던 물량이 요즘 대거 나오고 있다”며 “이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초 5만 건에서 7만 건대로 늘었다. 그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실수요가 유입돼 상반기 반등했을 뿐 집값은 대세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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