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공연 보던 팬도 숨졌다…남미 덮친 '죽음의 봄 더위'

천권필 2023. 11. 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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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밤에도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미 등 남반구 곳곳이 사상 최악의 이상고온 현상에 시달리면서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는 곧 여름철에 접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기상 이변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례 없는 봄철 폭염이 브라질 등 남미를 덮치면서 대부분 지역이 더위로 인한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 브라질 해안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는 18일(현지시각) 기온이 42.6도까지 올라 11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체감온도는 59.7도로 60도에 육박했다. 브라질 국립기상연구소는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심각한 피해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브라질과 인접한 파라과이에서도 북서부 도시의 일 최저기온이 34.6도를 기록하는 등 밤에도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기상 역사학자인 막시밀라노 에레라는 “세계 기후 역사상 지금 남미가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사건은 없다”며 “세계 기후 역사가 다시 쓰였다”고 말했다.


체감 60도 공연에 관객 사망…콘서트 연기


18일(현지시각)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공연장에서 팬들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염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앞서 17일 미국의 유명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리우데자네이루 공연에서는 탈수 증상을 보이던 여성 관객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남은 공연 일정이 연기됐다. 공연을 주최한 T4F는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리우데자네이루의 극심한 기온으로 인해 오늘 밤 예정된 공연을 오는 20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도중 관객인 아나 클라라 베네비데스(23)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리우데자네이루 보건당국은 심폐 정지로 인해 베네비데스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스위프트도 “오늘 밤 공연에서 팬을 잃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팬들은 폭염 속에 많은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주최 측이 공연장 내 물병 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플라비우디노 브라질 법무장관도“다량의 열기에 노출되는 공연을 진행하는 업체는 반드시 무료 식수를 제공해야 한다”며 “관련 조치는 즉각 시행된다”고 말했다.


4년 만의 엘니뇨…기후변화가 폭염 증폭


19일 전지구 최고기온 분포. climatereanalyzer.com 제공
기상학자들은 남반구가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도 이런 이상고온 현상을 겪는 원인으로 엘니뇨의 발달과 기후변화를 꼽는다. 4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로 인해 페루 앞바다 동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남반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니뇨 현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부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페루 등 남미 주요 국가들은 예년보다 더운 겨울을 겪었다. 남반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인 남극도 6개월 연속으로 해빙 면적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가 폭염 등 극한 기상 현상의 강도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후연구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이 없었다면 남미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은 현재 관측된 것보다 1.4~4.3도 낮은 기온을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링컨 무니즈 알베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연구원은 “엘니뇨가 발달하면 더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렇게 극심한 봄 더위가 올 가능성은 극히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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