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2연패 순항, 아시안게임 4강 분패 설욕하고 8강 진출

손민호 2023. 11.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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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삼성화재배 16강전 첫날 결과


신진서 9단이 19일 대만의 쉬하오훙 9단을 꺾고 2023 삼성화재배 8강에 진출했다. 사진 한국기원
디펜핑 챔피언 신진서가 2연패를 향한 힘찬 행진을 시작했다.
신진서 9단은 19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 첫날 경기에서 대만의 쉬하오훙 9단을 상대로 백 208수 만에 불계승하고 8강에 선착했다.

신진서의 통쾌한 복수전이었다. 신진서는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 4강전에서 쉬하오훙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아시안게임 예선에서도 이미 이긴 상대였고, 상대 전적도 3승 무패로 앞서 있어 쉬운 승리가 예상됐었으나 초반에 형세를 망치고 말았다. 신진서는 악전고투 끝에 반집까지 차이를 좁혔지만, 끝내 뒤집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아시안게임에서 신진서는 남자 개인전과 남자 단체전 합해 모두 16차례 시합을 치렀는데, 쉬하오훙에게 딱 한 판 졌다. 그 패배로 신진서는 남자 개인전 동메달에 그쳤고, 신진서를 꺾은 쉬하오훙은 내처 중국 최강 커제 9단마저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만의 1인자 쉬하오훙 9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정환, 신진서, 커제를 잇달아 꺾고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19일 열린 2023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신진서에 패해 탈락했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 패배였다. 아시안게임 2관왕을 놓친 아픔도 아픔이었으나 신진서는 그 패배 이전까지 국제 대회에서 자신보다 어린 외국 선수에게 진 적이 없었다. 2000년생 동갑의 중국 선수에 몇 번 진 적 있고 국내 대회에서 자신보다 어린 한국 선수에 진 적도 있지만, 국제 대회에서 신진서를 이긴 외국 선수 중에 신진서보다 어린 선수는 없었다. 그 기록이 쉬하오훙에 의해 깨졌다. 대만 1인자 쉬하오훙은 신진서보다 한 살 어린 2001년생이다.

뼈 아픈 패배로부터 두 달쯤 뒤. 공교롭게도 신진서의 삼성화재배 16강전 상대로 쉬하오훙이 정해졌다. 신진서는 쉬하오훙을 인식하고 나온 게 분명했다. 백을 쥔 신진서가 초반에 매우 난해한 모양을 만들었다. 신진서도 어려웠으나 쉬하오훙에게는 더 어려운 초반 포석이었다. 장고를 거듭하던 쉬하오훙이 적당한 타협을 통해 포석 단계를 넘어가자 어느새 형세는 신진서에 유리해져 있었다.

여기서 바둑을 정리해도 됐지만, 신진서는 단단히 작정한 듯했다. 바둑TV에서 해설을 한 박정상 9단이 “아시안게임에서의 한을 그냥 1승이 아니라 압도적인 1승으로 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신진서는 상변 흑 진영에서 잇달아 강수를 터뜨리며 국면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상대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 응수하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는 위험한 승부수였다. 다행히 쉬하오훙은 신진서가 던진 ‘킬러 문항’의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난해한 전투 끝에 신진서는 상변 흑 진영을 초토화했고, 자신의 백 대마도 완생하면서 승리를 굳혔다. 내내 머리를 쥐어뜯던 쉬하오훙은 끝내 계가까지 가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했다.

19일 열린 2023 삼성화재배 16강전 신진서 대 쉬하오훙과의 대국 장면.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는 통렬한 복수극을 완성했지만, 16강전에 출전한 다른 한국 선수는 모두 중국 선수에게 패하고 말았다. 한국 6위 강동윤 9단이 상대 전적 3대 0으로 앞서 있던 쉬자양 9단에게 130수 만에 백 불계패했고, 신예 김승진 4단도 중국 4위 딩하오 9단을 맞아 선전했으나 196수 만에 백 불계패했다. 한국 4위 신민준 9단마저 중국 1위 구쯔하오 9단에게 240수 만에 백 불계패하고 탈락했다. 20일은 삼성화재배 16강전 둘째 날 경기가 열린다. 네 경기 모두 한중 대결로, 한국은 2위 박정환 9단을 비롯해 김명훈·한웅규 9단, 김누리 4단이 출전한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흑 6집반 공제.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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