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없는 불수능’,어렵게 내고 사교육 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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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매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에 따른 사교육 경감 효과를 두고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킬러문항 배제로) 변별력 장치들이 늘었다. 매력적 오답과 준킬러문항 증가, 수학 22번처럼 교육과정 내 괴물 문항에 어찌 대응할지 공교육이 적응할 때까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기대려 들 수밖에 없다"며 "의대 증원으로 n수생이 늘어나면 수학 22번 같은 문항 출제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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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매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에 따른 사교육 경감 효과를 두고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킬러 없는 불수능’이란 새 출제 전략이 확인되면서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고난도 문항은 사교육 부담을 키우는 ‘신(新) 킬러문항’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19일 사설 입시 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다. 입시 업체들은 일제히 주요 대학 커트라인을 낮춰 잡았다. 수학 22번이 특히 어려웠는데 정답률 1~5%로 추정됐다. 이토록 낮은 정답률을 보면 킬러문항보다 더한 초고난도 문항이란 평가인데 현재 입시 환경을 고려하면 출제가 불가피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 의견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선 앞으로도 이런 문항을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지침이 공식화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입시 현장에서 ‘쉬운 수능’의 신호로 받아들여 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이 40% 이상인 상황에서 ‘물수능’은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윤 대통령 지시를 뒷받침하면서도 쉬운 수능 논란도 불식시켜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그동안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교육부는 부랴부랴 킬러문항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렸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들을 공개했다. 단지 정답률이 떨어지는 초고난도 문항을 의미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모호한 설명이라고 평했다.
‘킬러 없는 수능’은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킬러문항으로 지목될 문항은 없었다. 그보다 약간 쉬운 준킬러문항 수를 늘리고, ‘매력적인 오답’(내용을 확실히 파악해야 피할 수 있는 헷갈리는 선지) 등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수학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학 만점자가 2520명이나 나오자, 정시 의대 정원을 훌쩍 넘는 인원이 만점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들에겐 준킬러문항과 매력적인 오답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는 진단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학 22번은) n수생 증가와 9월 모의평가 수학 만점자 등을 종합 고려한 문항”이라고 했다. 수학 22번은 그야말로 만점자 2500여명을 겨냥한 출제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문항을 ‘신 킬러문항’로 규정한다. ‘킬러’란 말이 붙은 이유는 의대와 서울대 최상위 학과에 갈 최상위권을 판별하는 도구로, 차상위권에겐 ‘치명적 문항’이었기 때문이다. 수학 22번으로 의대 당락이 갈린다면 수험생 입장에선 킬러문항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킬러문항 배제로) 변별력 장치들이 늘었다. 매력적 오답과 준킬러문항 증가, 수학 22번처럼 교육과정 내 괴물 문항에 어찌 대응할지 공교육이 적응할 때까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기대려 들 수밖에 없다”며 “의대 증원으로 n수생이 늘어나면 수학 22번 같은 문항 출제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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