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야권 단일화 협상 교착…“실패하면 국민·민중 양당 '팀킬'”
대만의 총통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2~3위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오는 25일 후보 등록 마감까지 단일화 합의에 최종 실패할 경우, 총선 여론까지 뒤집히면서 국민당과 민중당 양당이 집권 민진당에 '팀킬' 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5일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총통 후보와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는 내년 1월 13일 대선에 러닝메이트로 출마를 선언했다. 양당은 3명의 여론조사 전문가에게 위탁해 복수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최종 정·부 총통 조합을 결정해 18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밤 최근 실시된 9건의 여론조사 결과의 오차범위 환산 방법을 놓고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별였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국민당은 허우유이 총통-커원저 부총통 조합이 5대1로 앞섰다고 주장했고, 민중당은 ±1.5% 오차범위를 적용할 경우 커원저 총통-허우유이 부총통 조합과 3대 3 동률을 이뤘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18일 국민당·민중당과 함께 야권 단일화에 참가한 마잉주재단의 샤오쉬천(蕭旭岑) 대표는 단일화 사전 협상에서 통계 오차를 ±3%(합 6%)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당의 환산 방법이 맞다는 취지다.
반면 커원저 민중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민당이 (애초) 3%에 동의해 놓고 6%를 요구했다”고 반박하면서 “커원저만 이기려는 셈법으로는 최종 대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후보 단일화가 파국을 맞은 것은 아니라며 “국민의 기대에 호응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므로 24일 오후 5시 등록 마감 전까지 모든 것은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민중당이 주장하는 ±1.5%, 3% 오차는 통계학이 아닌 인공으로 설정한 표본오차”라고 반박했다. 국민당측은 부총통 러닝메이트 확정 시한인 22일을 민중당과의 마지막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19일 보도했다.
야권의 단일화 교착에 안심한 민진당은 공세를 펼쳤다. 18일 대만 남부 자이(嘉義)현에서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후보 지지 행사에 참석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남백연합(국민당과 민중당의 협력)이 아닌 남백분열”이라며 야권은 공동의 이념도 청사진도 없이 권좌와 이익만 나누려 한다고 공격했다. 라이칭더 후보는 “억지 남백 연합은 공공연한 장물 나누기일 뿐 주류 여론이 아니다”라고 했다.
뉴쩌쉰(鈕則勳) 대만 문화대 광고학과 교수는 18일 둥썬(東森)신문에 “국민·민중 두 당이 오차 범위의 인식에서조차 합의에 실패한다면 협력은 수포가 될 뿐만 아니라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는 민진당이 불리하던 입법위원 선거 분위기까지 역전되면서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총선에서도 야권이 패배하며 팀킬 당할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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