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스탠퍼드 토론’에 日언론 “관계개선 어필, 실리 중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나란히 토론회에 참석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관계 개선을 국내외에 알리려는 의도”라고 19일 의미를 부여했다. 사상 최악으로 불릴 정도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올해 들어 셔틀외교 재개와 함께 급진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란 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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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의 사회…실리 중시한 두 정상
양국 정상의 좌담회 참석은 17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후버연구소장)이 사회를 봤다. 한·일 정상의 좌담회 참석은 일본 정부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 좌담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한, 일·미·한 협력을 추진할 의향을 밝혔다면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토론회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연계는 변화하는 일·한 관계를 상징하는 영역이 될 것”이라며 “일·한 일·미·한이 연계해 세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양국이 수소와 암모니아에 대한 공동 공급망을 구축하고 양자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일한 수뇌가 이런 행사에 나란히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국내외에 알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관계 개선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스탠퍼드대 토론을 소개했다.
역사문제, 낮은 지지율…남아있는 과제 부각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토론회를 소개하며 수소·암모니아 공동 공급망 구축을 언급하며 ‘탈탄소 연료 공급망 정비’로 경제·안전보장 분야에서도 협력하는 ‘상호 보완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양국 관계가 올해 들어 급속히 개선되는 것과 함께 양국 정상이 ‘실리 중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소·암모니아로 대표되는 탈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경우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다양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토론회 전체를 별도 기사를 통해 전문 공개를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닛케이는 올해 들어 급속도로 진전한 양국 관계의 남아있는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닛케이는 대표적인 사안으로 역사 문제를 꼽으면서, 강제징용 문제가 윤 정권이 밝힌 해결책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전처럼 원고 주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양국 관계가 재차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닛케이는 한국의 내년 4월 총선에 대해 “여당의 승패가 2027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현 정권의 체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시다 정권의 낮은 지지율도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일본 각사 여론조사에서 최근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지통신의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21.3%로 전월 대비 5%포인트나 하락하며 지난 2012년 12월 자민당이 정권 복귀 후 최저기록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일·한이 모두 정권 약체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시진핑 1년 만의 만남…“전망 불투명”
당초 계획보다 20분을 넘긴 65분간 양국 정상 회담이 진행된 데 대해선 “추가 관계 악화를 피하겠다는 양측 생각이 일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입장에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으로, 실제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기시다 총리가 중국 방문을 추진했단 내용도 전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정상 간 대화를 회복하려 했단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방중은 무산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전략적 호혜 관계’ 역시 양국 관계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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