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0시간이 웬 말?…직장인 절반 "주 48시간이 적절"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
10명 중 8명 "노동시간 축소·현행 유지"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현재 주 52시간인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9월 4~11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과 관련해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근로시간 개편으로 1주일에 가능한 최대 근로시간 상한을 새롭게 정한다면 몇 시간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선택지로 '48시간 이하', '52시간', '56시간', '60시간', '64시간', '69시간 이상'을 제시했다. 이에 직장인 2명 중 1명(48.3%)은 보기 중 가장 짧은 근로시간인 '48시간'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현행 '52시간'이 적절하다는 응답자는 29.6%였다. 즉 직장인 10명 중 8명(77.9%)가량은 '근로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진 지난 17일 서울 종로 광화문네거리에 출근길 직장인들이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채 길을 걷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직장갑질119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노동자 대다수가 주 60시간 근로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착시'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특정 주 내 최대 근로시간 제한 범위를 1주 60시간 이내로 해야 한다'는 응답이 노동자의 75.3%, 사용자의 74.7%로 가장 높았다. 다만 이 조사에서는 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상한이 '주 60시간 이내'였다. 직장갑질119 측은 "이번 결과에서도 확인됐듯이 직장인은 근로시간 선택지 중 가장 짧은 시간을 일관되게 고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로 상한을 줄이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근로 업종 등 응답자 특성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무직(47.6%), 생산직(48.5%), 서비스직(47%) 모두 1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을 48시간으로 낮춰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기에 '현행 유지' 응답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7% 이상을 차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78.6%), 교육서비스(78.5%), 보건·사회복지서비스(78%), 건설(77.2%), 숙박 및 음식점(70.6%) 등 전반에 걸쳐 모두 상한을 줄이거나 유지하자는 비율이 대다수였다.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주 48시간은 유럽연합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 중이고, 국제노동기구(ILO)도 밝힌 주당 근로시간 상한의 국제적 기준"이라며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최우선 과제는 '일과 생활 균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