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은퇴한 수퍼스타 보러…10만 도시에 年100만명 찾는 이유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의 고향 80년부터 페스티벌 열어
"로시니 오페라 정통성 유지가 우리의 임무"
19세기 유럽에는 로시니 광풍이 불었다. 특히 그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온 유럽에서 청중을 불러모았다.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로시니 페스티벌에서 이 오페라를 보고 감격해 로시니에게 더 많은 오페라를 써달라고 청했을 정도였다. 심오한 철학이나 이상은 없지만 한 번 들으면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유쾌한 진행으로 가득한 오페라의 힘이었다.
수퍼스타였던 조아키노 로시니는 37세에 갑자기 은퇴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작곡을 그만둔 그는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볼로냐ㆍ파리 등에서 남은 생을 보냈다. 1868년 76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는 남은 유산을 모두 고향에 기부했다.
로시니의 고향은 이탈리아의 해안도시 페자로(Pesaro)다. 페자로의 부시장인 다니엘레 비미니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 만나 “그 시대의 인플루엔서였던 로시니의 모든 면모를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페자로는 로시니의 유산으로 음악원과 연구소를 세웠고, 1980년부터 매년 8월 2주동안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비미니 부시장은 “인구가 10만인 도시에 매년 관광객이 100만명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페자로는 테너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 등 예술가들이 해안가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미니 부시장은 “로시니의 작품 중 잊혔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고 힜다”고 했다. 로시니의 오페라는 총 39편. 메가 히트 했던 ‘세비야의 이발사’ 외에 ‘비단 사다리’ ‘탄크레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오리 백작’ 같은 작품을 페스티벌에서 공연한다. 로시니를 연구하는 재단에서는 그의 작품과 생애에 대해 학술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비미니 부시장은 “로시니 시대에 작곡되고 공연됐던 그대로의 오페라를 복원해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의 오페라를 부르는 창법이 시대에 따라 바뀌었지만 우리는 19세기의 발성법을 연구해 따르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페자로는 또한 대단한 미식가였던 로시니의 정신을 이어받는 곳이다. 은퇴한 로시니는 친구들을 불러모아 갖가지 음식을 즐겼다. 뛰어난 요리 연구가이기도 했다. 비미니 부시장은 “로시니는 트러플과 같은 귀한 식재료 수집을 즐겼는데, 페자로에는 일년 내내 다양한 트러플이 난다”고 소개했다. 또 “이탈리아의 다양한 식재료를 온 유럽에 소개하고 활용법을 전파한 인플루엔서가 바로 로시니였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유럽의 레스토랑에는 ‘투르네도스 알라 로시니’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딴 소고기 요리가 있다. 비미니 부시장은 “음악과 미식이라는 로시니의 두 키워드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도시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교류에 페자로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페자로는 대구ㆍ과천과 자매결연을 맺었고, 페자로 국제 영화제에 한국 주간을 만들었다. 내년 6월에 60주년을 맞는 페자로 국제 영화제에 한국의 남성 합창단인 이 마에스트리를 초청해 무대를 연다. 이 마에스트리는 한국의 민요, 가곡, 영화 음악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비미니 부시장은 “내년 양국의 수교 140주년에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이탈리아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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