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남고 여성 교장 0명, 이 결과가 걱정되는 이유
[김홍규 기자]
올해 S여고에서 수능시험 감독을 했다. 시험 전날 사전연수 자리에서 교장과 교감이 소개를 하는데, 둘 모두 남성이었다. 강원지역에선 남녀 공학이 아닌 학교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른 여자고등학교 교장의 성별 비율은 어떨까? 남자고등학교에도 여자 교장과 교감이 있는 곳이 있을까?
▲ 2022년 강원 전국 학교급별 교원 성비 2022년 강원지역과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여성 교원, 교장, 교감 비율을 나타낸 표이다. |
ⓒ 김홍규 |
초등학교는 17개 시·도 가운데 경북, 인천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여성 교원이 66.8%에 이르는데, 여성 교장은 42.4%, 교감은 46.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학교는 여성 교장 비율 15.5%, 여성 교감 23.6%로 전국 최하위를 차지했다. 중학교 여성 교원 비율은 65.0%였다. 고등학교는 그 중 제일 나은데, 뒤에서 다섯 번째인 13위를 기록했다. 여성 교원은 절반이 넘었지만, 여성 교감 교장 비율은 10%대에 그쳤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이 여성 교장과 교감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국 평균을 보면, 학교 결정권자의 성불평등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여성 교원 비율은 80% 가까이 된다. 하지만, 여성 교장 교감 비율은 절반을 겨우 넘겼다. 중학교 교원 가운데 여성은 71.6%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여성 교장 비율은 31.3%, 교감은 42.9%에 불과하다.
▲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11년째 꼴찌를 차지했다. 한국은 3월 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여성의 날인 8일을 앞두고 발표한 이 지수에서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 시작된 평가에서 올해까지 11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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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을 활용해 만든 성 불평등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조사에 참여한 29개국 가운데 29위를 10년동안 한결같이 유지했다.
여성 교장 비율을 살펴보면 교육 분야도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 유지에 이바지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OECD는 2008년부터 5년 주기로 '교수 학습 국제 조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이하 TALIS) 결과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조사인 'TALIS 2018'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교장 비율은 19.6%였다(OECD TALIS 2018 DATA 홈페이지). 28개국 가운데 일본, 튀르키예에 이어 26위다. 여성 교장 비율이 높은 나라들을 보면, 라트비아 83.8%, 스웨덴과 이탈리아가 68.7%이다. OECD 평균은 48.2%였다.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과연 남자고등학교에 여자 교장과 교감이 모두 있는 학교는 얼마나 될까? 여자고등학교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여자고등학교, 남자고등학교, 공학 등 학교 유형에 따라 교감, 교장의 성별 비율에 차이가 있을까?
▲ 2023년 강원 지역 고등학교 교장 교감 성비 2023년 5월 기준 강원 지역 고등학교 교장과 교감의 성별 비율을 정리한 표이다. |
ⓒ 김홍규 |
결과는 예상보다 참담하다. 115개 학교 가운데 여성 교장이 일하는 곳은 단 14개이다. 비율로는 12.2%다. 강원지역 내 고등학교 교장은 '열에 아홉'이 남성인 셈이다. 여자고등학교 17개 가운데 10개가 남성 교장으로 채워져 있다. 절반을 훌쩍 넘긴 58.8%다. 여고의 남성 교감 비율은 71.4%에 이른다. 남녀공학의 경우에도 여성 교장 비율은 9.0%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남자고등학교 20개 가운데 그 어디에도 여성 교장이 없다는 점이다. 여성 교감도 단 한 명뿐이다. 여자고등학교에는 절반이 훨씬 넘는 다른 성별 교장이 있다. 그런데, 유독 남자고등학교에는 학생들과 같은 성별의 교장만 존재한다. 남녀공학 학교의 남성 교장 비율도 91%에 달한다. 이런 극심한 성 불평등 현상은 학교 안 젠더 감수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대입 수시전형 결과가 하나둘씩 나오는 시기다. 점수와 합격한 대학으로 학생을 드러내놓고 차별하는 학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다. 인권 감수성은 교원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다.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학교는 인권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안에서 차별은 똬리를 틀고 학교 구성원들을 옥죄게 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교육 부문은 더욱 차별과 거리를 두고, 자유와 평등을 우선적으로 실천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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