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파장분위기 교실... 이 방법은 어떨까요?
[곽규현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6일 강원 속초시 속초고등학교에 마련된 수험장 앞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의 고득점을 기원하며 큰절을 하고 있다. |
ⓒ 속초시 |
고3은 1학기까지는 1, 2학년과 마찬가지로 교과 중심의 정상적인 일과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고3의 1학기 교과 성적이 차지하는 대학입시 수시모집의 반영 비중이 높아, 3학년 1학기는 고교 학습의 피날레를 장식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업 열기가 뜨겁다. 선생님들도 그런 학습 분위기에 호응하여 수업 집중도는 어느 때보다도 높다.
2학기 고3 교실은 맥빠진 수업 분위기
1학기가 끝나고 2학기에 접어들면 교실 모습은 완전히 반전된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3학년 1학기까지만 성적이 반영되어 정시모집까지 지원할 생각이 없는 학생은 수업에 관심이 없다. 더군다나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없어지는 추세라 학생들은 사실상 1학기로 고등학교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2학기 수업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그냥 출석일수나 채우는 정도로 등교를 하니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일부 학생 중에는 졸업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출석일수를 채우고는 어느 순간부터 등교를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대학입시와 졸업하는 것만 따지면 학생들의 이런 인식을 무조건 잘못됐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수능시험 전까지는 맥빠진 수업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수업이 이루어지기는 한다. 수시모집에서 수능시험 성적이 최저학력 기준으로 적용되거나 정시모집을 염두에 둔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2학기 교과 성적이나 수능 점수가 대학 입시와 무관한 학생들도 수업에 무관심하기는 하지만, 수능시험이나 정시모집까지 대비하는 친구들의 학습 분위기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면접을 준비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 나름대로 시간을 잘 활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수능시험과 2학기 기말고사(2차 지필평가)까지 마치면 모든 교육 과정상의 교과 수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수능이후 고3 교실은 거의 파장 분위기
수능 이후에는 고등학교마다 고3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대체로 졸업 이후의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 중심으로 소비자교육이나 경제교육, 노동교육, 유권자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올해는 마약예방, 금융사기예방 교육까지 강조한다.
그런데 이런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데다 형식적인 교육일 경우가 많다. 이 교육마저도 없는 시간에 학생들은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아예 등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교에 등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런저런 이유에서다.
고3 교실의 사정이 이러한데,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아무리 등교수업이 원칙이라며 학교에 나오라고 강조한들,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에 나오는 것이 오히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대학입시에 치중된 교육 현실에서 현행 대학입시 제도상 수능까지 끝난 마당에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교육을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수능 이후에 고3 학생들을 굳이 학교에만 머물게 하기보다 다양한 활동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사실상 지금도 교육당국이나 학교의 교육 방침과 학생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클 뿐,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등교를 하지 않고 개인 활동을 한다.
수능이후 현실적인 교육 대안 모색해야
우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그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교육적으로, 체험학습으로 인정하면 어떨까. 여유 있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노동하는 체험은 그것 자체로 좋은 교육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임금, 노동 시간, 노동 환경 등을 살펴보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임금을 받아 소득을 저축하고 지출하는 것은 통합사회나 경제 수업 시간에 배운 학습 내용을 체험하는 산 교육이다.
아르바이트 현장이 바로 산 교육장이다. 학부모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는 있다. 업주들도 고3 아르바이트생들을 일만 시킬 것이 아니라 자식같은 마음으로 교육적인 관점에서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교육에 힘쓰며 사회적 성장을 도와야 한다.
또 고3 학생들은 지금부터 대학 입학 때까지 여유롭게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 폭넓은 독서활동으로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 운전 면허증을 따서 안전한 운전 습관을 익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대학에서는 고3 예비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양 강좌를 개설해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에게는 교외 체험학습 시간을 늘려서라도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학교만이 교육 현장이라고 강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고3 학생들에게 자기 발전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교육일 수 있다. 체험학습도 어른이 동행하는 가족끼리의 여행이나 박물관 견학 같은 것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된다.
머지않아 곧 성인이 될 고3 학생들이라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 행동할 시기다.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해 가는 것이다. 수업일수에 얽매인 형식적인 수업에 대한 집착보다 실질적인 체험학습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 아닌가.
학생들 나름대로 알찬 교외 체험학습 계획서를 제출하고 실행한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것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절차상의 서류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체험학습의 시간과 범위를 고3의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고3 학생들에게 지금 이 시간들이 허비되지 않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밑거름이 될 황금같이 귀중한 시간으로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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