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타나차 활용법, '2인 리시브'가 정답?

양형석 2023. 11. 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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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8일 정관장전 리시브 면제 받고 21득점 활약, 도로공사 첫 연승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가 안방에서 정관장을 꺾고 시즌 개막 후 첫 연승을 기록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8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25-18, 25-17, 20-25, 15-13)로 승리했다. 지난 15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세트스코어 3-1로 꺾은 데 이어 이날도 짜릿한 풀세트 승리로 승점 2점을 따낸 도로공사는 4위 정관장과의 승점차이를 1점으로 좁힌 5위 자리를 지켰다(3승 6패).

도로공사는 반야 부키리치가 블로킹 7개와 함께 27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공격을 주도했고 신인 미들블로커 김세빈도 블로킹 3개를 포함해 8득점을 올리며 프로에서 빠른 적응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날 도로공사는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처럼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에게 서브 리시브를 맡기는 '2인 리시브'를 가동했다. 이날 V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21득점을 올린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박정아 떠난 후 공격력 약해진 도로공사
 
 이번 시즌 타나차의 리시브 효율은 21.82%에 불과하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지난 2016-2017 시즌 이효희(도로공사 코치)와 정대영(GS칼텍스 KIXX), 배유나 같은 좋은 세터와 미들블로커들을 보유하고도 공격력이 약하다는 평가 속에 11승 19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외국인 선수 케네디 브라이언이 부진 속에 중도 퇴출됐고 뒤늦게 데려온 힐러리 헐리가 17경기에서 326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팀 운명을 바꿀 정도의 능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는 아니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확실한 토종거포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FA시장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페퍼저축은행)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2억 5000만 원에 영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 시절 3번이나 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검증된 공격수지만 박정아 영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박정아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서브 리시브 때문이었다.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 역시 박정아의 리시브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내 해법을 찾아냈다. 바로 박정아의 리시브를 면제해주고 공격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도로공사에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라는 '리시브 달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그렇게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고 공격에만 전념한 박정아는 2017-2018 시즌 도로공사를 프로출범 후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그렇게 박정아는 도로공사에서 6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견인한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매 시즌 500득점 내외를 책임지던 확실한 토종에이스의 이탈에 도로공사는 비상이 걸렸다. 물론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FA시장에 나왔지만 우승멤버 5명이 한꺼번에 FA자격을 얻은 도로공사는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들 여력이 없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태국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를 지명했다. V리그 출범 후 처음 시행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떠오르는 아시아의 배구강국 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일 것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의 선수가 지명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만큼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팀을 떠난 후 공격력 보강이 절실했다는 뜻이다.

서브 리시브 면제 받고 21득점 맹활약
 
 타나차는 18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리시브를 면제 받고 한국 진출 후 가장 많은 21득점을 올렸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5월에 실시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198cm의 최장신 아포짓 스파이커 부키리치를 지명했다. V리그에서 공격점유율이 높은 외국인 선수가 주전경쟁에서 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로공사는 타나차와 부키리치를 지명하면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포지션 중복'이 일어난 셈이다. 타나차로서는 벤치멤버로 활약하거나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타나차는 도로공사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을 시도했다. 타나차가 서브리시브를 어느 정도 버티면서 준수한 공격력을 선보인다면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의 이적으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좀 더 짜임새 있게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타나차는 지난 10월 14일 흥국생명과의 개막전부터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중용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시브하는 타나차'는 타나차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작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태국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아웃사이드히터로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지만 가뜩이나 낯선 V리그에서 타나차가 위파위 시통(현대건설 힐스테이트)처럼 전문 아웃사이드히터로 출전하는 것은 무리였다. 타나차는 경기를 치를수록 서브리시브에 부담을 느꼈고 이를 파악한 상대팀들은 타나차에게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를 구사했다. 그렇게 지난 시즌 우승팀 도로공사는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2승 6패로 부진에 빠졌다.

가장 이상적인 '타나차 활용법'을 발견하지 못하던 김종민 감독은 18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의 '2인 리시브'를 다시 꺼내 들었다. 타나차에게 서브리시브의 부담을 주지 않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이날 25.95%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진 타나차는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41.46%의 성공률로 21득점을 기록하며 부키리치와 함께 도로공사의 공격을 이끌었다.

조직력이 매우 중요한 팀 스포츠 배구에서는 특정선수 1명의 활약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도로공사 역시 198cm의 부키리치가 좋은 활약을 해준다고 해도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부키리치의 가장 좋은 공격파트너가 될 수 있는 선수는 서브리시브의 부담을 던 태국 국가대표 타나차다. 김종민 감독이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부담을 더하면서까지 타나차의 공격력을 살리려고 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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