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의 색다른 나르시시즘…K팝 이끄는 ‘키치’한 매력 [MV 톺아보기]
유지희 2023. 11. 19. 09:00
뮤직비디오(MV)는 K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콘텐츠가 됐습니다. 곡의 메시지, 콘셉트 등이 3분 가량의 뮤직비디오에 압축돼 있습니다. 새롭게 공개되거나 화제가 되는 K팝 뮤직비디오를 소개합니다.
‘It's our time (이젠 우리의 시간이야) 우린 달라 특별한 게 좋아/Oh What a good time(즐거운 시간이야)/난 잘 살아 내 걱정은 낭비야’
그룹 아이브의 곡 ‘키치’ 뮤직비디오는 초반부터 장원영의 뛰어난 비주얼과 속삭이는 듯한 중저음의 보컬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멤버들의 나른한 표정에서 오는 이미지부터 가사까지, 아이브가 그동안 강조한 ‘나르시시즘’을 몽환적이면서도 파워풀하게 담아낸다. 아이브가 리스너들과 소통하고 싶은 메시지를, 그리고 지금 K팝을 이끄는 4세대 대표 아이돌인 아이브의 확실한 색깔을 느낄 수 있다.
‘키치’ 뮤직비디오는 최근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 ‘키치’는 지난 4월 발매한 아이브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아이해브 아이브’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로, 뮤직비디오는 공개 후 7개월이 지났는데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키치’는 미학적으로 이른바 저속하고 볼품 없는 가치를 지닌 것을 일컫는데 최근엔 전형적인 것을 탈피한 톡특하고 신선한 분위기를 ‘키치하다’고 표현한다. 뮤직비디오는 전자의 부정적 뜻보다 후자의 긍정적이고 특색 있는 의미로 꽉 채워졌다.
‘키치’ 뮤직비디오는 원영, 리즈, 유진, 이서, 레이, 가을 순으로 아이브 멤버들 각자를 클로즈업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 ‘우리만의 자유로운 나인틴스 키치’처럼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발산하는데 앞서 발표한 ‘일레븐’, ‘러브 다이브’, 애프터 라이크’ 등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단체샷, 군무들과 비교해 색다른 매력이다.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노랫말과 함께 그려내는 표정연기, 제스처, 포인트 안무가 돋보인다. 특히 헤어스타일과 스타일링으로 곡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높인다. 핑크 톤이나 양갈래 머리카락, 스포티한 룩에 볼드한 뿔테의 선글라스 등은 언밸런스하지만 신선함을 뜻하는 ‘키치’의 의미를 배가시킨다.
‘키치’ 뮤직비디오는 아이브가 데뷔 후부터 내세운 ‘나르시시즘’의 색다른 버전이다. 그동안 아이브는 노래 속 화자가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닌 자신의 확신을 담았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키치’는 이를 부수고 오로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한다.
‘키치’ 뮤직비디오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러브 다이브’ 뮤직비디오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큐피드의 날개를 암시하는 조형물이 불에 활활 타는 것으로 시작하는 대목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어 ‘WE ARE WEIRD, DON’T CHANGE’(우린 이상해, 변하지 마), ‘Why’(왜)의 축약어 ‘Y’라고 적힌 문구를 한 화면에 한꺼번에 나열한 후, ‘키치’의 가사로 ‘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전한다.
‘OOTD(오늘 입은 옷차림) 하나까지 완전 우리답지’, ‘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애야, 뭘 더 바래’, ‘달콤한 말, 뒤에 숨긴 너의 의도대로 따라가진 않을 거야 난 똑똑하니까’, ‘답답한 이 세상 앞엔 멋대로 할래’
3분 21초의 뮤직비디오는 시간이 흐리고 배경이 낮에서 밤으로 향할수록 더 강렬하고 빠른 비트와 함께, 더 자유로운 모습의 아이브를 보여준다. 멤버들은 악동 같은 표정과 제스처, 파워풀한 안무를 통해 이를 표현한다. 동시에 ‘우리만의 자유로움’이라는 메시지를 잃지 않는다. 아이브가 입은 점퍼 뒤에 적힌 ‘Book, not guns. Culture, not violence’(‘총이 아닌 책을 들고 , 폭력이 아닌 문화로 싸운다’)의 이미지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는데, 이는 영화 ‘몽상가들’에 나온 유명한 대사로 프랑스 68혁명 당시의 저항 정신을 의미한다.
또 장원영의 아름다운 얼굴을 클로즈업한 그림, ‘스톱’ 문구 등이 폭죽처럼 터지면서 사라지고 멤버들이 자유롭게 사라지는 컷 또한 강요 당하는 고정 관념, 기성 문화 등을 탈피해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아이브의 메시지가 담겼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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