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시진핑 방미의 숨겨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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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을 애태우며 떠들썩하게 성사시킨 것 치고 미·중 정상회담은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지독한 밀당과 사전 접촉 끝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년 만에 미국을 찾았지만, 큰 감흥 없는 회담이었다는 게 주변 소식통들의 총평이다.
중국의 '역린' 대만 문제에 대해선 어느 쪽도 입장을 새로 표명하거나 결론 내 말한 바 없고, 반도체 장비와 관련된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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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을 애태우며 떠들썩하게 성사시킨 것 치고 미·중 정상회담은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지독한 밀당과 사전 접촉 끝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년 만에 미국을 찾았지만, 큰 감흥 없는 회담이었다는 게 주변 소식통들의 총평이다.
'새로운 것들'로 정의되는 뉴스(News)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두 정상의 행보는 매우 비협조적이었다. 중국의 '역린' 대만 문제에 대해선 어느 쪽도 입장을 새로 표명하거나 결론 내 말한 바 없고, 반도체 장비와 관련된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물론 비공개 및 실무자급 회담을 통해 언급돼 어떠한 물밑 협상에 도달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 판단해 함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두 문제 모두 가장 첨예하며 민감해, 함부로 단정적으로 노출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양측이 내놓은 결과는 양국 간 고위급 군사 소통 재개 외에는 협상 난이도 '최하' 수준인 항공편 증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중국 내에서도 "유일하게 내놓은 중요한 전략적 결과는 군사 소통 재개(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라고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 방미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은 대외 이미지 측면에서 나름의 진전을 이뤘다는 시선도 있다. 성과의 일등 공신으로는 '중국의 입'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대변인이 지목된다. 화 대변인은 기자들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청년이 누군지 아느냐"며 자신의 휴대전화 속 '청년 시진핑' 사진을 당사자인 시 주석에게 보여주며 웃음꽃을 피운 일화도 화 대변인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이밖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로부터 NBA팀 유니폼을 받아 환하게 웃으며 들어 보이는 시 주석의 모습이나,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자국 브랜드 차량인 '훙치'를 소개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훙치 차량과 캐딜락이 나란히 서 있는(중국 차량이 미묘하게 앞쪽에 주차돼 있다) 장면도 찍어 올렸다. 2022년 발리에서 만난 미·중 정상과 2023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정상 간 물리적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는 취지의 사진도 게재해 우호적 메시지를 에둘러 전했다. 물론 이 모든 장면이 화 대변인 개인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뤄진 일일 가능성은 없다.
어찌 됐든 중국의 SNS 외교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평소 무감한 시진핑 주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좀 더 부드럽고 친근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38년 전 첫 미국 방문을 바이든 대통령과 추억한 지 몇시간 뒤에 NBA 팀 유니폼을 받고, 판다를 미국 동물원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다가가는 기술적 진보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상, 치열한 경쟁과 상호 견제는 양국관계의 디폴트(기본값)이다. 이번 회담은 정치·외교의 무대에서나 경제의 영역에서나 양국이 각자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과거의 날 선 표현이나 언어를 배제하고, 가면일지언정 되도록 상냥한 얼굴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상회담 며칠 전부터 '38년 전 청년 시진핑' 사진을 모든 중국 관영 매체가 똑같이 다룬 것은 이 친근함에 대한 확실한 준비의 증거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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