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재명이 전 세계 영웅?…'리짜이밍'에 中 열광한 까닭

이도성 2023. 11.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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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전 세계의 영웅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지난 9월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에 올라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15일째에 접어들었다"는 제목의 영상은 이 대표가 바닥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모습과 힘없이 자리에 누운 이 대표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장면 등으로 구성됐다. 영상에는 "등이 굽은 채로 있다가 체력이 버티지 못해 누웠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 중에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는 중국어 자막이 붙었다.

8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좋아요' 192만 개, 댓글 21만 개가 달렸다.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한 누리꾼은 "중국인으로서 그(이 대표)를 존경한다"고 했다. 후난성(湖南省)의 한 누리꾼도 "한국인들은 이런 사나이가 있다는 걸 기뻐해야 한다"고 썼다.


중국인 누리꾼 열광케 한 '리짜이밍(李在明)'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한 20대 중국인 남성은 기자를 만나 "요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인이 누군지 아느냐, 바로 이재명 대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9월 이후 더우인 등에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이 대표 관련 영상 중에는 '좋아요'가 10만 개 넘게 찍힌 영상이 13개에 이른다.

더우인에는 댓글 작성자의 IP 주소가 함께 표시되는데,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부터 윈난성(雲南省), 랴오닝성(遼寧省)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에서 호감을 표시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이 대표의 한자 이름 리짜이밍(李在明)으로 "李在明, 尹在暗(이는 밝은 곳에 있고, 윤(석열)은 어두운 곳에 있다)"는 문장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 엔딩 곡인 '포에버 영'(Forever Young) 영상은 '좋아요' 11만 개, 방탄소년단(BTS)을 소개하는 영상은 '좋아요' 6만 60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 대표 관련 영상이 훨씬 큰 관심을 받은 셈이다. 블랙핑크와 BTS의 영상에 달린 댓글은 모두 5000개를 넘지 않았다.

중국판 틱톡(Tic Tok) 더우인에 올라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영상에 달린 중국 누리꾼들 댓글. 사진 더우인 캡처

반일감정 등에 업은 '오염수 투사'


중국 누리꾼들이 이 대표에 열광한 원인은 중국 내에서 단식에 들어간 주된 이유를 '일본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반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당시 개인 계정을 사용하는 누리꾼들뿐만이 아니라 중국 언론들도 "한국의 제1 야당 대표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단식에 들어갔다"는 설명과 함께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벌이고 병원에 입원한 모습 등을 편집해 소개했다. 때문에 중국인들에겐 이 대표가 '일본에 맞서는 투사'로 비춰졌다.

중국 쓰촨성방송국은 SNS 공식계정을 통해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까지 영상 24개를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 지난달까지 더우인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빌리빌리(bilibili·중국판 유튜브) 등 중국의 각종 소셜미디어는 이 대표 관련 영상으로 도배됐다.

중국판 틱톡(Tic Tok) 더우인에 올라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영상. 사진 더우인 캡처


사실 이 대표의 단식은 '오염수 반대'만으로 단순화하긴 어렵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 대표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무기한 단신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주'를 비판하면서 사례로 일본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소비 위축과 함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경제 불안과 '부자 감세', 7월 발생한 오송 참사와 각종 흉악 범죄, 이동관 방통위원장 선임 논란, 안보 위기와 이념 갈등 등을 열거했다.

중국 네티즌들과 매체들은 이중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만을 부각한 것이다. 이같은 행태는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중국 상항과 관련있다. 지난 8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의 반일 감정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에 있는 일본인 학교에는 누군가 벽돌을 던졌고, 일본 도쿄전력엔 중국에서 걸려온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중국 내 일본인들에게 "외출할 때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고 언동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 교도=연합뉴스


다만 중국 내 반일 감정과 함께 올랐던 이 대표의 인기는 최근 중·일이 관계 개선을 꾀하면서 다소 식는 모양새다. 더우인과 빌리빌리에 올라온 이 대표 관련 영상은 최근 한 달 새 10개 내외로 줄었다. '좋아요'도 수천 개 수준에 그쳤다.

실제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공동의 이익’을 강조하는 등 양국 간에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도성 기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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